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PARK SEO-BO : THE UNTIRING ENDEAVORER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19년 5월 18일 ~ 2019년 9월 1일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박서보-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전을 5월 18일부터 9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박서보(1931~ )는 ‘묘법(描法)’연작을 통해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으며 평론가, 행정가, 교육자로서 평생을 한국 현대미술을 일구고 국내․외에 알리는 데 힘써왔다. 

박서보는 1956년‘반국전 선언’을 발표하며 기성 화단에 도전했고, 1957년에 발표한 작품 <회화 No.1>으로 국내 최초 앵포르멜 작가로 평가받았다. 이후 물질과 추상의 관계와 의미를 고찰하며, 이른바 ‘원형질’, ‘유전질’ 시기를 거쳐 1970년대부터 ‘묘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한국 추상미술의 발전을 주도했으며 현재까지 그 중심에서 역할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어온 박서보의 삶과 작품세계를 한 자리에 조망한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명 ‘박서보: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는 현대인의 번민과 고통을 치유하는 예술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묘법을 지속해 온 수행자와 같은 그의 70여 년 화업을 지칭한다.  

전시는 박서보의 1950년대 초기 작품부터 2019년 신작까지 작품 및 아카이브 160여 점을 다섯 시기로 구분하여 선보인다. 첫 번째는 ‘원형질’시기이다.  상흔으로 인한 불안과 고독, 부정적인 정서를 표출한 <회화 No.1>(1957)부터 1961년 파리 체류 이후 발표한 한국 앵포르멜 회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원형질> 연작을 소개한다. 두 번째는 ‘유전질’시기이다. 1960년대 후반 옵아트, 팝아트를 수용하며 기하학적 추상과 한국 전통 색감을 사용한 <유전질> 연작과 1969년 달 착륙과 무중력 상태에 영감을 받은 <허상> 연작을 소개한다. 세 번째는 ‘초기 묘법’시기이다. 어린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착안하여  캔버스에 유백색 물감을 칠하고 연필로 수없이 선긋기를 반복한 1970년대‘연필 묘법’을 소개한다. 네 번째는 ‘중기 묘법’시기이다. 1982년 닥종이를 재료로 사용하면서 한지의 물성을 극대화하여 한지를 발라 마르기 전에 문지르거나, 긁고 밀어 붙이는 등 행위를 반복하여 ‘지그재그 묘법’이라고도 불린다. 무채색의 연필묘법에서 쑥과 담배 등을 우려낸 색을 활용하여 색을 회복한 시기이기도 하다. 다섯 번째는 ‘후기 묘법’시기이다. ‘색채 묘법’이라고도 불리며 1990년대 중반 손의 흔적을 없애고 막대기나 자와 같은 도구로 일정한 간격으로 고랑처럼 파인 면들을 만들어 깊고 풍성한 색감이 강조된 대표작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미공개 작품 일부를 비롯해 2019년 신작 2점이 최초 공개되며 1970년 전시 이후 선보인 적 없는 설치 작품 <허상>도 볼 수 있다. 또한 지난 70년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세계 무대에 한국 작가 전시를 조력한 예술행정가이자 교육자로서의 면모도 소개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박서보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국제학술행사’(5월 31일), ‘작가와의 대화’(7월 5일 예정), ‘큐레이터 토크’(7월 19일) 등이 개최된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 신청할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 박서보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작가가 추구한 ‘수행’의 태도를 느껴볼 수 있도록 관객 참여 워크숍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묘법 NO. 43-78-79-81>(1981)을 따라 관객이 직접 묘법을 표현해보는 ‘마음쓰기’, 자신만의 공기색을 찾아서 그려보는 ‘마음색·공기색’이 진행된다. 

한편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미술관 교육동 1층 푸드라운지 미식에서는 박서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박서보 특별 메뉴’를 선보인다. ‘자연에서 온 건강한 메뉴’를 콘셉트로 한 계절국수 2종과 음료, 디저트 등을 전시 기간 동안 즐길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박서보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적 추상을 발전시키며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에 큰 족적을 남긴 박서보의 미술사적 의의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작가소개

박서보 
1931년 경상북도 예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1956년 김영환, 김충선, 문우식과 함께 《4인전》을 통해 반국전 선언을 발표, 한국미술의 전위적 흐름을 이끌며 앵포르멜, 단색화의 기수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해온 미술가로 평가받는다. 또한 <파리비엔날레>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계기로 한국미술의 해외 무대 진출과 국내에 서구미술 동향을 알리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학장을 역임했고 미술 교육 혁신에 힘썼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부회장(1977∼1979), 한국미술협회 이사장(1977∼1980)·고문(1980)을 지내며 한국 현대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국민훈장 석류장(1984), 옥관문화훈장(1994), 은관문화훈장(2011)을 수훈했다. 1994년 서보미술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전시구성

원형질 시기
1956년 김충선, 문우식, 김영환과 함께 도전과 창조정신을 촉구하는 ‘반국전 선언’을 발표한 박서보는 1957년 한국 최초의 앵포르멜 작품 <회화 No.1>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에 획을 그었다. 구체적인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작업에서 그가 대량 학살과 집단 폭력으로 인한 희생, 부조리 등 당대의 불안과 고독을 분출한 작업은 부정을 거듭하며 기존 가치관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회화No.1>이 파괴의 장이라면 이후 제작된 <원형질> 연작은 파괴로부터의 절규로 나아가 생존의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1961년 뜻하지 않은 파리에서의 체류 기간 동안 작가는 다양한 재료와 제스쳐로 분노와 절규를 표현한 서구 작가들에게 감명 받는다. 《세계청년작가파리대회》 합동전에 출품한 <원죄> 이후 작가는 검은색 바탕 위에 불을 이용하여 가죽을 태워 화면에 붙이거나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타킹 등을 화면에 붙이기 시작했다. 1960년대 초반을 지나 한국사회 곳곳에 배어있던 전쟁의 상처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그의 작품은 점차 다채롭고 밝아지게 된다.


박서보, <원형질(原形質) No.1-62>, 1962, 캔버스에 유채, 163x13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유전질 시기
분노와 파괴에서 절규로 이행하던 그의 작업은 1960년대 후반 다양한 실험을 거듭했다. 전통문화와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작가는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구현하려는 시도로서 오방색을 활용하고, 당시 서구에서 유행하던 옵아트나 팝아트의 영향 아래 기하학적 추상과 대중적 이미지를 담은 <유전질>을 선보이게 된다. 한편 박서보는 1969년 여름 인류의 달 착륙을 계기로 무중력에 관심을 갖고, 스프레이의 원리가 무중력 상태와 유사하다는 생각으로 스프레이 분사법을 <허상> 연작의 제작 과정에 사용하였으며, 조지 시걸의 조각에 영향을 받은 <허상> 조각을 제작하여 공중에 매다는 등 다양한 시도를 지속했다.


박서보, <비키니 스타일의 여인>, 1968, 캔버스에 유채, 130x89cm, 개인 소장


초기 묘법시기
작가로서 독자적인 언어를 찾고자 한 그의 노력은 동시대 사회와 문화 뿐 아니라 전통문화에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였으며, 20대 자신을 쏟아내며 채웠던 화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모색으로 이어졌다. 전통을 담아내고 서구미술을 수용하면서도 단순히 모방하지 않는 작품을 구현하고자 고심했다. 어린 아들의 서툰 글쓰기에서 착안한 그의 연필묘법은 쏟아지는 감정으로 그려낸 원형질 연작과 같이 새로운 무엇을 그려내야 한다는 의지가 아니라 체념과 포기에서 시작되는 비워내는 그림이다. 연필묘법은 캔버스에 유백색의 밑칠을 하고 채 마르기 전에 연필로 수없이 반복되는 선을 그어가는 작업이다. 행위 과정에서 물성과 정신성 그리고 작가의 행위가 합일에 이르게 되는 이 작업은 작가는 수신의 도구라고 일컬었다.


박서보, <묘법(描法) No.01-77>, 1977, 르몽드지에 연필과 유채, 33.5x50cm, 작가 소장


중기 묘법 시기
1980년대는 중기 묘법 시기로, 무채색의 연필묘법에서 다시 색을 회복한 시기이다. 1982년 작가가 닥종이를 재발견하면서 그의 작업은 변화를 겪는다. 1982년 작품을 살펴보면 마포에 유채와 연필을 사용하거나, 닥종지에 수성물감과 연필을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한지의 물성을 극대화하며 한지를 발라 채 마르기 전에 문지르거나 긁고 밀어붙이는 등 무수히 반복되는 행위가 강조된 작업은 손의 움직임에 따라 자유로운 방향성이 두드러져 ‘지그재그 묘법’이라 불리기도 한다. 무수한 필선에서 다시 회화성을 회복하고자 한지 위에 쑥과 담배를 우려내는 등 자연의 색을 최대한 담아내기도 하였고 원색 밑칠하고 그 위에 검정색이 덧입혀져 바탕색이 우러나도록 하였다. 한지가 채 마르기 전에 완성해야하는 이 시기 작업은 고된 방식으로 인해 점차 작가는 화면을 분할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후기묘법으로 이행하게 된다.


박서보, <묘법(描法) No.931215>, 1993, 캔버스에 한지, 혼합매체, 53.2x46cm, 박지환 소장


후기 묘법 시기
1990년대 중반 그는 손의 흔적을 제거함으로써 묘법에 변화를 시도한다. ‘색채묘법’이라고도 불리는 묘법의 후기시대로 접어들면서 작가는 한지를 손가락으로 직접 긁고 문지르는 대신 막대기나 자와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밀어냄으로써 화면에 길고 도드라진 선과 고랑처럼 파인 면들을 만들어낸다. 작업방식이 변화하면서 흑백의 화면으로 되돌아갔던 그는 2000년대 초반 단풍 절정기의 풍경을 경험한 후 예술에 대한 그의 신념은 더욱 확고해졌다. 자연이 그러하듯 예술이 흡인지처럼 현대인의 번민과 고통을 치유하는 도구가 되어야한다는 작가의 신념은 점차 중첩된 색면의 오묘함을 내포하며 더욱 다채로워진다. 작업에 대한 그의 끝없는 열의는 색채묘법과 연필묘법이 결합된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으로 이어진다.


박서보, <묘법(描法) No.080618>, 2008, Mixed Media with Korean hanji paper on Canvas, 195x130cm


박서보, <묘법(描法) No.190227>, 2019, Pencil and oil on canvas, 130x170cm


주최: 국립현대미술관
후원: 이상일문화재단
협찬: 한솔제지, 아시아나항공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박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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