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소영 개인전: 천산수몽 CHEON SAN SU MONG

P21

2023년 2월 17일 ~ 2023년 4월 1일

멀리서 수평선을 보면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듯, 형태의 경계는 사라지고 색이 존재를 드러낸다. 붉은 노을로 물들어가다 시시각각 검게 변하는 저녁의 하늘처럼 배경과 대상이 섞여 화면을 채운다. 그림은 이름 모를 어느 별의 표면처럼 반짝인다. 문명 이전의 풍경인지, 언젠가 맞이할 그 끝의 풍경인지 알 수 없다. 박성소영의 회화에서는 언젠가의 데자뷰처럼 기시감과 최초의 발견이 주는 생경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2월 18일부터 4월 1일까지 P21에서 개최되는 박성소영의 개인전 <천산수몽>에서 작가는 그간의 회화적 실험을 선보인다. 우리 존재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궁극적인 질서 안에서 형성되는 자연, 인간, 자연물들과의 관계와 경이로운 사건을 시각화한다. 과거와 미래가 분화되지 않은 채, 고대인 동시에 미래일 수 있는 비선형적 시간의 축이 작동하는, 태고의 시공간이 상정된다. 이 때에 그의 천, 산, 수, 몽에서 우리는 현실과 꿈 사이에 있듯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뚜렷한 대상을 구성하지 않음에도 숨 쉬는 생명체나 고요한 정물 같기도 하고, 원시의 암석이나 바다와 같은 초자연적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같은 이미지들은 물질 탄생의 기원을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화성 표면의 암석들과도 닮아 있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 광활한 공간감과 어우러지는 점성 강한 유화 물감과 분말처럼 느껴지는 금속성 안료의 조화는 근원적인 광물질의 인상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오지 않은 미래까지 상상케 한다. 박성소영의 그림 속 장면들은 물질의 발생 지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되 그것으로부터 다시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초시간적 시점을 제시한다.

시간 뿐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관계도 그러하다. 하늘, 태양, 물 등 자연 요소를 암시하는 듯한 형태는 파편화된 신체 일부와 혼재되어 몽환적인 이미지로 연출된다. 반짝이며 녹아 내리는 화면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된다. 천지만물과 사람은 본래 한 몸이라는 만물일체 사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자연이 수단이거나 장식적인 경관에 지나지 않는 현대적 삶의 양식을 재고하게 만든다.

참여작가: 박성소영 Soyoung Park

출처: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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