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림 ]
- 색을 칠할 때 한쪽을 짙게 하고 다른 쪽으로 차츰 옅게 나타나도록 하는 일
- 그림을 그릴 때 물을 바르고 마르기 앞서 물감을 먹인 붓을 대어, 번지면서 흐릿하고 깊이 있는 색이 살아나도록 하는 일

”<물풍경 : 바림>은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반응하고 변화를 바라보며 기억하는 풍경의 한 장면의 모음이다. 계절이 바뀌어감을, 아침에서 저녁으로 향하는 시간의 흐름을 유리창에 걸쳐 지나가는 하늘과 구름, 빛의 움직임 등 기억하고 있는, 기억하고 싶은 어느 시공간에 푹 담갔다가 꺼낸 색의 나열이다.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는 하나의 얇고 길게 서 있는 색 띠처럼 나열되어 보이나, 안으로 들어가면 걸음걸음마다 낮이고 밤이고 빛이고 물인 장면의 겹이 펼쳐진다.

선명할 수도 흐릿할 수도 있는 기억 속, 특별할 수도 지극히 일상적일 수도 있는, 오랜 시간 동안 내 안에서 여과되어 나온 어떤 장면은 한지 안에 흡수되고 서로 침투하며 맑고 깊게 나타난다.“

글: 박소현

출처: 새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