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아름빛 개인전: AI 트레이너 김 씨의 삶

통의동 보안여관

2025년 11월 14일 ~ 2025년 12월 6일

우리 인간이 제공받는 지식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콘노 유키

출근하기 전에, 잠에서 덜 깬 상태로 아침을 먹는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메뉴는 꽤 단조롭다—빵 3종과 잼 2종, 그리고 샐러드. 어제 늦게까지 작업하던 책상에서 컵을 다시 가지고 온다. 커피 한 잔에 우유를 담는다. 빵이 버터에게 먹히기 직전에 뭐라고 말할까—잠이 덜 깬 상태에서 한 번 읊조린다. 건강도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이것저것 골라야만 한다는 선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별로 바쁘지 않은 날에도 요즘은 그런 마음이다. TV 채널 고정의 시대가 지나, 알고리즘이 띄워 주는 대로 본다. 뉴스 기사를 읽어가면 ‘청년’ 이야기가 그렇게나 많이 등장하는데, 성별과 연령을 입력한 탓이겠지. ‘미술’이나 ‘노동’ 키워드가 등장하는 건 며칠 전에 검색한 내용 때문에 그랬겠지. ‘병’, ‘고고학’, ‘유물’ 관련 내용은 사실 관심 없는데, 며칠 전에 자료 조사하다가 나온 결과임이 분명해. 생각하기 전에 손가락으로 링크를 눌러 아무 생각 없이 기사를 읽는다. 공감도 선택적이고 연민도 조회수만큼 많은 시대에 살고 있어, 하지만 나는… 이런 혼잣말을 하면서 웹페이지를 닫는다. “네 말이 맞아, 맹목적 선택 대신 상상의 여지가 현대인에게 있어야 해!” 며칠 전에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었다. 나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듣게 된 말에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니에요, 상상과 선택은 한 몸이 되었어요, 그리고 여기서 상상은 현실에 기반한 시뮬레이션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당신의 생각은? 오늘도 나는 있을 수 있는 상황과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을 번갈아 가면서 상상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소진시킨다.

박아름빛의 개인전 (2025)은 AI 트레이너라는 특수한 직업에서 출발했다.  이 직업은 AI 어시스턴트 서비스 사용자의 질문에 기반하여 대답으로 활용되는 정보를 등록하는 사람들이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배움의 스승으로 여기는 AI는 일종의 복합 지식 체계로 작동한다. 우리가 물어보는 내용이 다양해질수록 전문 분야의 지식이 요구되어 여기에 AI 트레이너는 동원된다. 전시명과 동명의 텍스트에서 우리는 AI와 사용자(휴먼)의 대화뿐만 아니라 AI 트레이너가 경험하는 일상과 노동에 관한 생각을 이미지와 함께 읽어 볼 수 있다. 인터뷰와 T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이 텍스트에서 AI와 AI 트레이너란 어떤 존재일까. 더 나아가 현대인의 노동과 앎은 기술을 통해서 어떻게 성립되는가.

전시에서 박아름빛은 AI 어시스턴트에서의 대화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차원을 건드리게 되는 점을 말한다. 공통의 삶을 기준 짓는 도덕과 윤리는 AI의 대답을 통해서 어떻게 형성되는가. 이는 질문 하나만 가지고도 대답이 달라진다. 트레이너로 대답을 입력하고 생성하는 사람의 사회 정치적인 생각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상 작업 <빵이 버터에게 먹히기 직전에 뭐라고 말할까>(2025) 중에는 “신은 누구야?”라는 큰 질문에 이어 다양한 대답이 등장한다. 어떤 대답은 신을 거부하고, 어떤 대답은 유일신을 주장하고, 다른 대답은 신이 자연물에 있다고 말한다. 혹은 맥락에 따라 신이 다를 수 있음을 말해 주기도 한다. 답변은 어떤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하고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여기서 개인의 생각에 기반한 대답은 허용되지 않고, 사용자의 생각이나 주장에 맞는 ‘맞춤형’의 대답이 요구된다. AI와의 대화를 통해서 누구에게나 맞는 지식과 세분화된 지식을 동원하면서 정립해 나가는 인간의 학습 과정—사용자는 그것을 앎으로 받아들인다.

AI의 대답이 궁금할 때,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막막하고 답답한 현실에서 나온 것이다. AI에 물어보고 AI를 통해서 도출된 지식은 심리적 위로에 머물지 않고 실행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불안 해소법, 참을 수 없는 분노, 죽음과 안락사에 관한 질문들—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해결되기 어려운 내적 갈등과 고민은 “가구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처럼 쉽게 꺼내어진다. 기계에 입력되는 감정이 긍정적인 해결책을 피드백 받고 소화된다면, AI 트레이너는 감정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소진된다. 삶을 살아가면서 떠오르는 부정적 시나리오를 상상한 후, 이에 여러 경우의 수를 반영해야 하는 노동 과정에서, AI를 통해 받은 대답만큼 트레이너는 시원한 기분이 들지 않을 것이다. 대화를 통해서 술술 나오는 대답의 이면에 감정 노동이 숨어 있을 때, 사용자 못지않게 트레이너의 윤리적이고 도덕적 기준에 좌우될 뿐만 아니라 트레이너의 심리 상태가 (단련되는 대신) 흔들린다.

AI에는 모든 꿈과 욕망이 잠들어 있다. 깨어나기 힘든 잠에, 사용자와 생산자의 소망과 상상을 가로지른다. 우리의 지식은 앎에서 서서히 인간과 기술의 가면을 쓴 인간들의 대화로 입출력이 되었다. 프로필 사진으로 얼굴이 곳곳에 보이는 시대에, 우리가 제공받는 지식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아무도 없는 작업 공간에 들어가, 켜진 모니터 앞에서 우리의 미래가 어디에 있냐고 누군가가 물어본다. ‘나’라는 인간의 대답은 이렇다—대답을 하나씩 상상하는 가상의, 그러나 꽤 현실적인 시나리오에 맞는 대답과 거절당한 대답의 잔해 더미 속에 있다.

주최·주관: 박아름빛
글: 콘노 유키
그래픽 디자인: 윤여름
구조물 시공: 노한수
미디어 설치: 박수형
전경 촬영: 최철림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상
각본·연출: 박아름빛
목소리: 라우데 유 프레이어, 루나 이브, 박나라, 션 뮬란, 아누즈 센, 이지혜, 지 유, 크리스티나, 클라이브, 페르난다 루에다
음악 작곡 및 저작: 마리아 테리아에바
감사한 분들: 션 뮬란, 김희재, 다니엘, 라드, 럼블사운드, 박나라, 이반디자인, 이준상, 장정윤, S.H., Y.J., 인터뷰와 설문에 참여해 준 모든 익명의 AI 트레이너들


글: 박아름빛
디자인: 윤여름

본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5년 청년예술가도약지원>을 통해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출처: 통의동 보안여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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