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 사진전 : 연연 蓮緣

사진위주 류가헌

2018년 11월 13일 ~ 2018년 11월 25일

“석가모니가 아무 말도 없이 연꽃 하나를 들어 제자들에게 보이자, 다들 의아해하며 그 의미를 모르는데, 오직 가섭((迦葉)만이 혼자 미소 지었다.”

부처와 제자 사이에 오고간 이 무언의 대화 속에는, 연꽃이 진흙 속에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듯 속세의 힘겨움도 꽃을 피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고 한다. 

사진가 박영환과 연꽃사진의 인연을 생각하면, 염화미소(拈華微笑)라는 말을 낳은 저 장면이 절로 떠오른다. 

박영환은 삶이 힘겹던 어느 날, 우연히 연못에 핀 연꽃을 보게 되었고 그 맑고 아름다운 모습에 눈과 마음이 이끌렸다. 2014년 그해부터 연꽃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풀꽃 사진가’로 불리며, 길가의 풀꽃처럼 눈길 받지 못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작은 오브제들을 통해 자연의 섭리와 인간 삶의 답을 찾아보려했던 그동안의 사진 작업들과도 맥락이 이어진다.

연에 끌려, 무리지어 피어있는 곳이면 지역과 거리를 상관치 않고 찾아다닌 지 올해로 꼬박 5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연꽃의 맑음, 아름다움만 보였는데, 이듬해에는 연의 살아내는 모습이 보이고, 또 그 이듬해에는 죽어도 다시 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날은 황홀했고 어떤 날은 큰 슬픔이 밀려왔다. 

봄여름 가을 겨울, 새벽과 아침, 한낮과 해질녘 등 때가 다르고, 경기도 시흥, 양평, 경남 창원 등 곳이 다른 사진들, 찍는 이의 심상이 투영된 수많은 연(蓮)의 사진들이 얻어졌고, 그것을 이제 <연연 蓮緣>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으로 묶고 전시한다.  

“연꽃은 진흙 속에 태어나 비바람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다시 다음 세대를 기약하는 씨앗을 뿌리며, 그 종국에는 뿌리째 다 주고 세상을 떠나간다. 연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면서 인간과는 다른 종(種)이지만 종의 완전함에 큰 경외감을 느꼈다. 연꽃을 통하여 인간의 삶과 죽음을 대비해보려는 시도가 ‘연연 蓮緣’이다.”

박영환 사진전 <연연 蓮緣>은 11월 13일부터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전시된다. 40번째 사진책지원전시로, 101장의 연꽃들이 한 권으로 묶인 ‘작가 사인본 사진집’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출처: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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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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