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 출간에 맞춰 작은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 해녀를 담은 작업 중 ‘물숨’ 연작 10점과 다큐 사진 1점을 선보입니다.
작가의 말
제주는 숨가쁘게 변하고 있다. 세화細花 오일장 곁 바닷가에 서서 시선을 여기저기 돌려 보지만 낯선 제주만 눈에 들어온다.
2012년 제주로 살림을 잠시 옮겼을 때, 이런 변화가 막 시작되고 있었지만 본격화하지는 않았다. 아들과 바닷가를 산책하던 어느 날, 까만 고무옷을 입은 잠녀潛女, 제주 해녀 들이 주황색 태왁을 기점으로 수면을 들고 나는 것을 지켜보며 제주 촌색村色을 입고 있는 저들을 통해 이 섬을 이해하기로 했다. 두 가지 이미지 연작을 통해서였다.
하나는 잠녀들이 물질을 생계수단으로 삼아 살아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난 함께 물에 들고, 밥을 지어 먹고, 귤을 따면서, 중간상인과 소라 시세를 흥정하고 마을 해녀 단합대회에서 맥주잔을 치켜들어 건배를 외치는, 나와 같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네들의 모습을 담았다.
다른 하나는 잠녀들이 그들의 일터인 바다와 조응하는 추상적 이미지를 ‘물숨’과 ‘물옷’의 결로 형상화했다. 물질의 시간이 오랠수록 늘어나는 그들의 주름 위에, 바다의 물결이 때로는 굵게, 때로는 잔잔하게 겹쳐진다. 심연으로 거침없이 자맥질하는 잠녀를 언제나 끌어안는 바다는, 대신 그들의 옷에 끊임없이 생채기를 낸다. 인간과 자연의 부딪힘은 물숨과 물옷에 그렇게 기록된다.
해녀를 통해 살았던 몇 년을 이 책으로 갈무리하면서, 그중 내가 가장 공들인 ‘물숨’ 연작을 중심으로 작은 전시를 마련했다. 그러고 보니 세화 오일장에서 내 마지막 시선은 바다를 향했던 듯하다. 해녀를 품고 있어서 아직도 제주인 그 바다 말이다.

박정근, 물숨. 제주도. 2015

박정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2013

박정근, 물옷.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2013-2015
출처 - 갤러리로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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