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나는 ‘바람’의 중의적 의미(wind/wish)를 통한 삶의 고찰을 획(劃)이라는 조형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말로는 채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 보이는 것,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 것에서 봐야 하는 것을 보기를 바란다.
바람, 결_작가노트
어제의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의 오늘을 맞이하는 그 경계에서- 맑기만 하다면 창문을 열어 하늘을 바라보곤 한다. 흩날리는 잎, 흔들리는 나무, 흩어지는 빛, 흘러가는 구름이 보인다. 아, 바람이 부는구나. 이렇게 바람을 본다. 그렇게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아니, 불고 있다는 것을 안다.
실은 알고 있다.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 것을. 하지만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는게 있다. 때로는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는게 더러 있더라. 그리고 어느새 봐야할 것을 보기도 한다. 막연하나 결코 공허하지 않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그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를 보게 된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바람을 안다. 그래서 그려 본다. 바람을- 오늘도 기다리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