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개인전 : 뜨거운 공기 · 차가운 악기들

스페이스윌링앤딜링

2018년 7월 13일 ~ 2018년 8월 3일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는 2018년 7월 13일부터 8월 3일까지 박지훈 작가의 개인전 <뜨거운 공기 · 차가운 악기들>을 진행한다. 작가는 금속을 주재료로 활용하여 다양한 오브제를 제작하는데, 언뜻 그의 작품은 실험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재료의 차가운 속성과 작품이 보여주는 반복적 움직임 때문에 마치 분명한 목적을 가진 기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거나 마음을 정화하는 등의 정신적 특성을 갖는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에 반복적인 행위를 지속하면, 성취의 기쁨과 함께 평안을 얻게 되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작가는 육체와 정신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끊임없이 마찰을 가해 금속을 다듬는 행위를 통해 작품을 제작한다. 작품을 만드는 것은 작가에게 곧 성찰과 치유의 시간이며, 관객도 그의 작품을 통해 비슷한 감각을 전달받을 수 있기를 의도하고 있다. 

전시장에서 보여주는 10여 점의 작업은 연마, 조립, 용접 등의 철의 속성을 다루는 기법을 통해 구축된다. 동시에 이들을 관통하는 심리적 · 치유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현상이 대비되면서 그동안 작가가 추구하고 있는 자기치유 행위의 다양한 과정을 제시하게 된다. 


작가노트

이번 전시의 타이들 ”뜨거운 공기 · 차가운 악기들“은 전시 공간의 전반적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뜨거운 공기는 개별 작업으로부터 발산되는 느낌 혹은 분위기를, 차가운 악기는 작품의 재료로서의 금속이 만들어 내는 감정적 온도라고 이분법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으나 사실 형용으로서의 ‘뜨거움’과 ‘차가움’은 여기저기에 혼재되어 있다.

분류를 정교하게 정리하지 못한 ‘부실’의 원인에는 작업을 진행해 나가는 프로세스가 물리적이며 직관적으로 시작되며 여기에 동원되어야 할 논리적 사유와 개념적 명료함이 뒤늦게 합류하거나 혹은 아예 합류에 실패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현대미술의 의제에 부합하지 않는 이러한 방법과 절차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본다면 안일함과 나태함으로, 너그러운 시선으로는 ‘다른 태도’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경계하는 것은 언어와 ‘볼 것’ 간의 거리이고 명료함 혹은 모호함이라는 향신료가 미술에 가하는 ‘양’이 만들어 내는 가치의 문제이다. “이것은 A이다.” 혹은 이것은 “A이거나 B일 수도 있다”라는 명제 둘 다 자칫 협소하고 비좁은 언어의 틀 안에 미술을 가둘 수 있는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의미를 규정해야겠다는 강박으로부터 잠시 나태해지고 긴 호흡으로 인간으로서의 작가, 그 인간이 빚어낸 것들을 이해하면서 자신을 조금씩 대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훨씬 풍성하게 작업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작업은 대부분 나 자신의 결핍과 장애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며 이런 구질하고 신파(新派)스러운 주제를 미술이라는 장치가 친절하게도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개별적이고 특이한 지점 위에 위치시키고 그 노력이 좁고 긴 소통이라는 통로에서 사람들과 만나고자 노력한다. 

작업의 재료로 금속이 주로 쓰인다. ‘차가운’이라는 수식이 쓰인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금속을 재료로 쓰게 되었던 인연은 학창시절의 좋은 기억과 자기치유라는 궁상스러움에서 출발한다. 방황의 시기에 별 뚜렷한 목적이 없이 금속을 자르고 갈고 붙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던 시간이 있었고 이때는 철(steel)을 주로 다루었는데 어느덧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황동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금속 대부분을 두루 섭렵하게 되었다. 역사적 맥락을 보면 각각의 금속들은 다른 목적/용도로 사용되었고 그 금속들이 만들어 내는 감정도 매우 다르다. 나는 이것들을 그때그때 용도에 부합하게 선택하고 가공한다. 금속은 다루기에 녹록한 미술의 재료는 아니지만, 성공적으로 목적에 맞게 빚어냈을 때 나를 배신하지 않으며 꽤 믿음직하다. 이 재료는 좀처럼 변하지 않고 혹은 변하더라도 매력적으로 변신하며 정확하게 제어되어, 나의 인간적 불완전함을 적절히 단단하게 보강해준다. 

나의 작업은 상흔이고 부상자이며 수술 도구이며 치료제이다. 그것들은 희극이면서 비극이며 각성제이면서 수면제이고 차가우면서 동시에 뜨겁다. 이 파라독스적 항(項)은 언뜻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병치를 넘어 교차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관계들의 합(合)이며 내 작업의 스테이트먼트이고 언어관이다. 대척점에서의 두 항을 인위적으로 겹쳐버리는 순간 우리는 일상언어의 체계가 잠시 부서지면서 새로운 기호의 조합이 만들어지는 경험을 한다. 

혹자들은 작업 전반에 드러나는 무거운 질료와 자전적 독백 때문에 자칫 심각하고 무겁게 전시를 바라볼 수 있겠지만, 사실 내 작업은 유머와 농담을 지향한다. 그 진지하지 않은 가벼움 들이 온전히 전달되는 순간 비로소 나의 경계심은 뜨거운 공기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박지훈, 수면장애 Somnipathy, 2018



박지훈, 왈츠-조금 느리게 Waltz-Little Slowly, 2018



박지훈, 작품 제작 과정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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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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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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