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렬 개인전: 땅, 사람, 관계탐구 Bak Hyongryol: Reflecting on Relationship: Earth & People

성곡미술관

2022년 4월 14일 ~ 2022년 6월 5일

현시대 한국 사회의 ‘땅’은 누군가에겐 기회의 공간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좌절과 무력함의 공간이다. 생존의 터전인 동시에 투기의 대상인 ‘땅’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방법론과 논리가 존재함에도 땅을 소유하고 변형하는 것, 심지어 보호하는 것마저 인간의 의지에 달렸다는 전제는 변하지 않는다. 땅을 향한 수없이 많은 욕망이 맞부딪히는 지금, 박형렬(Bak Hyongryol, 1980~)은 대한민국에서 ‘땅’을 사유한다.

박형렬은 스스로 ‘별 볼 일 없는 땅’이라고 명명한 대지를 찾아 나선다. 개발과 이윤의 논리가 지도마저 바꿔버린 서해안 간척지, 아직 아무도 찾지 않지만 개발을 목전에 둔 수도권의 땅, 인간의 욕망으로 사라져 이제는 기록으로만 남겨진 산과 평야. 박형렬의 작업은 자본의 논리에 갇혀버린 이 땅에 뿌리를 내린다.

그가 반듯하게 파낸 흙더미 아래, 커다랗게 남아있는 기하학적인 상처는 구조화된 도시를 은유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비로소 층층이 쌓아 올린 도시의 두께 밑에 깔려, 개발을 위해 뿌리 뽑히고 파헤쳐진 본래의 땅이 그 존재를 드러낸다. 폭력적인 진실의 역설 앞에서 박형렬은 파헤쳐진 땅을 다시 덮고 보듬으며 작가의 개입을 치유의 행위로 전환시킨다. 인간의 개입으로 드러난 땅을 찰나의 순간으로 포획하여 시점을 바꾸고 변형을 가하는 등 사진의 조형적 요소를 더해 그만의 방식으로 전유함으로써, 박형렬의 대지는 비로소 닫힌, 완결된 예술로 자리매김한다.

박형렬이 그리는 대지는 이미 역사 속에 들어와 버린, 인간과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어 온 땅이다. 예컨대 간척지나 개발 직전 땅의 모습을 ‘형상’이라고 명명한 행위는 단순한 자연경관의 표현을 넘어 감정을 더한 대상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다. 작가가 모래사장 위에 설치한 색색의 아크릴판은 인간의 무차별한 욕망으로 인해 변형된 미래 계획의 섬뜩한 청사진을 연상케 하고, 눈사람을 만들 듯 거대한 땅덩이를 굴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유희를 위해 자연을 훼손시키고 결국 함께 파멸에 이르는 인류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대지를 회복하고자 치유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박형렬의 작업을 통해 땅이 내는 아픔의 소리에 연민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는 ‘성곡 내일의 작가상’을 수상한 박형렬 작가의 초대전으로 작가의 지난 10년을 함께한다

참여작가: 박형렬

출처: 성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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