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BMW PHOTO SPACE는 고은사진미술관이 후원하고. BMW 동성모터스에서 운영하는 사진전문갤러리로 다양한 국내외 기획전시를 통해 한국사진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올해 1월 개관하였다. BMW PHOTO SPACE는 한국의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靑사진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와 해외의 새로운 사진경향을 소개하는 ‘해외 신진작가 교류전’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 선보일 예정이다.
‘靑사진’은 사진계의 신진작가 군群이라는 의미와 한국사진계의 미래상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위 프로젝트는 이러한 의미를 토대로 열정과 실력을 갖춘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사진계의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목적을 둔다. 이는 고은사진미술관과의 유기적인 연계와 해외교류를 통해 지속화할 예정이다.
첫 번째 전시로 2015년 6월 5일부터 2015년 7월 22일까지 박형렬의 신작 ‘Figure Project’시리즈의 사진과 영상으로 구성된 《Slow-Drawing》을 선보인다.
박형렬의 작업은 문명에 착취 당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반성적 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의 전작 ‘Captured Nature’은 인위적으로 포획된 자연물의 형태를 연출하여 촬영함으로써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는 인간문명을 은유화한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Figure Project’ 시리즈는 자연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과 작가가 상황을 연출하는 행위적인 측면에서 이전 작업과 지속성을 가진다.
‘Figure Project’는 평범한 자연을 배경으로 작가 스스로 자연물에 물리적 행위를 가한 후,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촬영한 작업이다. 작가가 개입한 자연은 자연 그 자체의 상태에서 발견 할 수 없는 완벽한 직선과 면의 분할을 가진 조형물로 변모한다. 박형렬은 이 과정에서 물리적 개입이 이루어진 대지의 형태만을 제시한 작업과 이런 조형적 형태에 인물을 등장시키는 두 가지의 방식을 병행한다. 인물이 등장하지 않은 채 부감형태로 촬영된 조형물은 절대적 크기가 드러나지 않는 상태로 원근감과 공간감을 상실한다. 이로써 2차원 매체인 사진의 또 다른 특성이 강조되어 마치 평면 회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반면, 면과 선이 가득 찬 공간 안에 개별성을 상실한 채 존재하는 인물들을 부감형태로 촬영한 새 시리즈는 이전 작업과는 차별화 된다. 전작에서 인물들이 프레임 안의 상황을 조장하는 단편적 역할이었다면, 이번 작업에서 인물들은 조형적 형태를 연출함과 동시에 그 연극성을 저항하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 부분은 자연이 사회와 인간의 인식 속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존재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의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지점이다. 이렇게 박형렬은 버려진 땅에 스스로 수행적 행위를 더하면서 인간의 가치에 의해 분류된 땅의 가치를 재해석 한다.
박형렬은 자연에 가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지배욕망을 대지미술의 형태를 빌려 표현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전작에서 사진의 역할을 행위의 재현에 국한 한다면, ‘Figure Project’에서 사진적 행위는 작업을 재구성하는 미학적 장치로, 기존의 작업방식을 확장 시키는 기능을 가진다. 공간감과 원근감이 사라진 2차원적 평면 구성과 장소성의 배제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프레임 안의 조형적 요소들을 극대화시키고 대지미술이라는 장치 안에서 새로운 사진적 실험을 시도한 것이다. 박형렬은 이처럼 다양한 실험적 방식을 통해 자연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새롭게 해석해 나간다.

박형렬, Figure Project, Water#3, Pigment Print, 144x160cm, 2013

박형렬, Figure Project, Earth#44, Pigment Print, 100x80cm, 2015

박형렬, White, single chanel video, 5min22sec, 2014(still cut)

2025년 10월 28일 ~ 2026년 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