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민 개인전: 홀, 짝

문래예술공장

2025년 3월 10일 ~ 2025년 3월 16일

지금 여기, 문래 예술 공장에서도 검은 물질이 이곳저곳에서 자유롭게 솟아오른다. 수많은 철이 용접되고 절단되고 가공되는 철공소의 역사를 안고있는 문래동 한 켠, 이곳은 분명히 중력이 우리의 발을 붙드는 지구 위의 한 뙈기 땅이건만, 이미 공간을 방만하게 점유한 박희민의 조각들은 마치 이곳이 중력에서 자유로운 우주 안인 듯 바닥과 천장, 벽을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허공으로 튀어 오른다. 박희민이 창조한 《홀, 짝》의 서사는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와 적막, 경외를 우리에게 선사한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훌륭하게 코스믹 호러의 조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그가 우리에게 사유하게 하는 것은 그저 예측되지 않는 공포나 적막, 외로움이 아니다. 《홀, 짝》은 코스믹 호러의 정동을 넘어서 인간 군락 속에 속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우리가 감내해야만 하는 것들을 사유하게 한다. 우주의 질서가 결합과 분해를 반복하듯이 우리 존재도 그렇다는 것을. 만남과 이별의 수많은 진동 속에서 깎아내려지고 덧대어진 것들의 조합으로 우리는 이 순간 아슬아슬하게 하나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 연약한 인력으로 조립된 자신의 연약한 테두리를 느끼며 새로운 충돌과 재조합의 순간을 《홀, 짝》은 기다린다.

전시 서문 중 발췌

주최 및 주관: 박희민
글: 유진 (오현경)
포스터 디자인: 박희민
책자 디자인: 박희민
장소 및 공간 협력: 문래예술공장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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