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프로젝트의 근간을 이루는 내용들은 2014년 해외교류 리서치 프로젝트인 ‘경기문화재단 국제교류플랫폼 구름발치 아시랑단’을 통해 취합되었다.
본 프로젝트는 베트남과 한국의 ‘보통의 기억’을 통해 두 국가의 내밀한 시간의 교점을 들여다보고자 기획되었다. 지금껏 제3세계와의 예술교류프로젝트, 그 중에서도 베트남과의 프로젝트는 역사적 거대사건(베트남전쟁)으로부터 비롯된 거대담론과 이에 대한 부채의식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된 바 있다. 더불어 동아시아의 예술작업들은 그 주제와 방식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정치 ․ 경제적인 시각으로 단편적으로 해석되거나 배열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주제 역시 냉전이데올로기 혹은 이주의 역사, 강대국과 제3세계와의 관계 등으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었다.
기획자 김지혜 역시 이전에 3차례 진행하였던 한국-베트남 교류 프로젝트에서 ‘민간인 학살’과 ‘경제이주민의 인권침해’, ‘결혼 이주 여성을 향한 폭력’ 등을 다룬 바 있다. 하지만 거시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할수록 양국의 참여 예술가와 관객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데 큰 어려움이 뒤따랐으며, 결국 예술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예술가는 국가를 대신하여 사죄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닌 운동가도 은폐된 진실을 파헤쳐 세상에 널리 알리는 저널리스트도 아니라는 결론을 나름대로 얻게 되었다. 그저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감각으로 얻은 것들을 보여주고 들려줄 뿐이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에서는 보다 작고 내밀한 ‘보통의 그러나 낭만적으로 치장되지 않은’ 사건과 기억을 다루는 베트남의 예술가와 한국의 예술가의 작업들을 통해 양국의 사건과 시간을 재배치하고, 그 공통점을 유추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교점들을 재해석하고 번역해보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4팀의 베트남의 젊은 작가들은, 비디오, 사진, 설치미술 등의 매체를 통해, 베트남의 과거와 현재적 상황을 미시적 관점으로 연결하는 데 몰두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베트남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예술적으로 높이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6팀의 예술가들 역시 동시대의 보편적 사회 문제에 관심을 지니고 있으나 역시 개인적인 관점과 어법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이들의 작업은 보다 내밀하고 견고한 고리로 연결되어 ‘전시’로 제시될 예정이다. 또한 함께 진행하게 될 강연에서는 베트남 출신 국문학 연구자의 입을 통해 전쟁으로 피폐해진 양국에서 활동하던 문학가들을 비교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우리는 특별하지 않으므로, 우리의 기억 역시 보통의 것이다.

이창훈, Babelstreet-북아현동,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44x30 cm, 2013

전수현, 홍천경_백양치,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40X100cm, 2015

이보람, 어디든 방바닥만 있다면, 퍼포먼스, 2015

이원호, (난)지, 단채널 비디오, 8분 41초, 2011

판 타오 응우웬, Mekong Mechanical (On-going), 비디오설치+아트북, 2012
출처 - 갤러리로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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