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늘 같은 언어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자연과 새로운 접속을 일으킨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환영은 오늘날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사이키델릭 네이처>(Psychedelic Nature)는 인공 낙원의 혼종적(hybrid) 자연를 지칭하는 Psychedelic을 다룬다. 니콜라스 펠처(Nicolas Pelzer), 류성실, 양승원, 정희민, 최하늘이 포착한 뒤틀린, 떠도는, 도래하는 자연의 풍경과 함께 자연의 ‘신성’마저 복제하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업체eobchae(김나희, 오천석, 황휘)의 영상 퍼포먼스는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관계적 역사를 들춘다.
사이키델릭 네이처
;혼종적(hybrid) 자연에 관한 환상 소설
자연은 늘 같은 언어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자연과 새로운 접속[1]을 일으킨다. 마음의 접속으로 이루어진 환각(Psychedelic)의 세계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 일어난 고유한 감각의 역사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환영이 오늘날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사이키델릭 네이처>(Psychedelic Nature)는 히피(hippie) 시대에 ‘사이키델릭’이라고 명명된 대중문화의 한 흐름에서 포착된 자연에 관한 인간의 이상향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사이키델릭(Psychedelic)’ 은 1960년대 중반 히피와 그들을 지지하는 예술가들에 의해 도입되었던 일시적이고 강렬한 감각적 체험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환각적 상태의 체험은 영화, 패션, 음악 등의 대중문화에 급속하게 틈입된 것은 물론 이후의 철학적 담론, 정신분석학과 물리학 등의 다양한 학문적 연구의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과정은 산업화 이후 터부시되었던 환각의 감각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주요한 교감적 경험으로 새롭게 해석하게 만들었다.[2]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다루는 Psychedelic은 근과거의 시대적 감수성이나 정신병리학적 측면에 주목하기보다 인간이 자연에 품어온 환영적 이상향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프리즘으로 작동된다. 또한 인공 낙원(Paradis artificiels)[3]에 대한 인간의 오랜 충동이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결합하여 만들어낸 현대의 혼종적(hybrid) 체계 그 자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사이키델릭 네이처>에서 선보이는 자연과 환각에 대한 문화적 아카이빙과 영상, 회화, 설치, 사진 등은 단순히 자연과 비자연, 인간과 비인간을 대립시키기 보다는 오늘날의 뒤틀린, 떠도는, 도래하는 자연의 풍경을 생생하게 드러내며 지속적인 감각의 교차와 진동을 일으킨다.[4] 참여작가 니콜라스 펠처, 류성실, 양승원, 정희민, 최하늘이 가상과 현실, 미래와 과거를 오가며 획득해 낸 인공의 산물들은 오늘의 환각적 자연 그 자체이자 증거이다. 이는 다시 온. 오프라인의 정처 없는 자연의 파편적 이미지와 최근 거론되고 있는 생태학적 접근과 토양, 기후, 지질에 관한 주요한 논의 사이에 새로운 교차점을 만든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자연과 인간은 어떤 관계에 놓이게 될까? 이제 자연에 대한 이분법적 논리는 충분히 교란되었다. 우리는 자연의 상실을 애도하지만 여전히 오지 않는 낙원을 위한 합리적 움직임에 가속도를 줄이지 못한다. 그러나 결국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관계의 장은 들춰질 것이며 또 다른 최후의 낙원을 찾는 연속적인 시도는 멈춰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자연은 영원히 악의 없는 무법자, 무지한 금치산자로 남는다. 자연은 늘 같은 언어로 이야기한다.
[1] ‘마음과 자연의 접속’(connectedness of mind and nature)의 원리는 영국의 화학자 데이브 험프리(1778-1829)와 시인이자 비평가였던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Samuel Taylor Coleridge) (1772-1834)가 함께 분석하고 탐구한 영역이다. 참조. 모든 것은 『그 자리에(Everything In Its Place)』, 알마,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37p
[2] 참조.『How the Hippies Saved Physics: Science, Counterculture, and the Quantum』 Revival.David Kaiser, New York: W. W. Norton & Company, 2011.
[3]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인 보들레르가 1860년 출간한 책. 본 전시<사이키델릭 네이처>의 상상적 근간과 환각적 체험의 묘사 등을 전시의 구성에 일부 차용하였다.
[4] 참조. 이미지들과 연속된 이미지들, 오랫동안 가라앉았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전체 장면과 상황들이 경험된다.(…)이 모든 것은 연속적인 상황 속에서 일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전형적인 것은 꿈과 같은 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의 지속적인 교차, 의식의 전혀 다른 세계들 사이의 지속적이고도 마침내 소진되는 진동이다(…)『마르세이유에서의 해시시』, 발터 벤야민, 1932
오프닝
2019. 12. 3. 화요일. 오후 7시
보안클럽(신관 지하 2층)
오프닝 퍼포먼스 (업체eobchae)
2019. 12. 3. 화요일. 오후 7시 30분
보안클럽(신관 지하 2층)
전시 연계 프로그램
2019. 12. 6. (금) 오후 7시
보안책방X자연과 환각의 아카이브_보안클럽
2019. 12. 8. (일) 오후 2시
참여 아티스트+송고은_보안클럽
2019. 12. 8. (일) 오후 5시
업체+김아영(시각예술가)_보안클럽
기획: 송고은
협력 기획: 김유란
그래픽 디자인: 오퍼센트
출처: 통의동 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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