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세 번째 개관특별전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2025.11.26. ~2026.3.1.)을 개최합니다.
사진미술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전관을 활용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작가가 소장한 작품 중 통상 한국 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1950년대 후반 이후 ‘사진’ 혹은 ‘사진 이미지’를 창작의 매개로 삼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이를 통해 사진이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여는 창의적 도구로 작용해온 과정과, 동시대 미술의 확장 속에서 수행해온 역할을 조명합니다.
1950년대 후반은 전후의 혼란을 지나 한국 미술이 새로운 시대의 언어를 모색하기 시작한 전환점이었습니다. 1957년에는 〈모던아트협회〉, 〈창작미술가협회〉, 〈신조형파〉, 〈현대미술가협회〉 등 새로운 그룹들이 잇따라 결성되며, 미술은 기존 제도에 도전하는 실험의 장으로 나아갔습니다. 같은 해 조선일보사가 마련한 《현대작가초대전》은 이러한 움직임을 하나의 조형운동으로 결집시키며 전위적인 한국 현대미술의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습니다. 〈현대미술가협회〉는 짧은 활동 기간 동안 앵포르멜을 내세워 추상미술의 정착을 이끌었으며, 《대한민국미술전람회》(1949~1981) 체제를 중심으로 굳어져 있던 기존의 관념적 질서에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반면 〈모던아트협회〉는 신사실파 이후의 구조적이고 절제된 형식미를 추구하며 한국적 모더니즘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로 접어들며 앵포르멜의 열기는 점차 형식화되었고, 젊은 세대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섰습니다. 오브제, 팝, 옵아트, 공간 실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시도가 이어지던 가운데, 그 흐름은 1967년 《청년작가연립전》으로 집약되며, 전후 추상미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전위적 국면을 열었습니다. 이 실험적 에너지는 1970년대의 《S.T. 전》, 《한국아방가르드협회전》, 《앙데팡당전》, 《대구현대미술제》 등으로 확장되며 제도적 권위와 형식적 관념에 도전하는 흐름을 형성했습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젊은 작가들은 관념적인 모노크롬 추상화에 대한 반발 속에서 새로운 시각 언어와 매체적 실험을 적극적으로 모색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사진을 전위적 수단으로 활용한 작가 이승택(1932)과 김구림(1936)을 시작으로, 이인현(1958)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6명의 작품과 자료를 선보입니다. 이들은 국제 미술 사조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으면서도, 한국 사회의 현실과 시대적 정서를 반영하며 고유한 조형 언어를 형성했습니다.특히 이번 전시는 김명희, 이강소, 장화진, 정동석의 미발표작을 비롯해, 김구림, 김용철, 김춘수, 서용선, 신학철, 안규철, 안창홍, 이인현, 한만영 등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이 40~50년 만에 다시 공개하는 귀중한 작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회화, 판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른 매체와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의 새로운 층위를 열어온 사진의 가치와 영향력을 탐색합니다. 이를 통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향후 전시와 연구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참여작가
곽덕준, 김건희, 김구림, 김명희, 김용익, 김용철, 김용태, 김인순, 김정헌, 김차섭, 김춘수, 문범, 민정기, 박불똥, 박현기, 서용선, 성능경, 손장섭, 송번수, 신학철, 안규철, 안상수, 안창홍, 여운, 이강소, 이건용, 이교준, 이규철, 이승택, 이인현, 장화진, 정동석, 지석철, 최병소, 한만영, 한운성
출처: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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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5일 ~ 2026년 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