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와 함께 주목할 만한 일본 영화 신작들을 소개하는 “새로운 바람 - 일본 영화의 현재”를 준비했습니다. 3월 3일(수)부터 21일(일)까지 14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구로사와 기요시, 아오야마 신지, 스와 노부히로, 후카다 고지, 미야케 쇼, 소다 가즈히로 등 알려진 감독들은 물론 오다 가오리, 고모리 하루카, 스즈키 다쿠지, 아라키 신지 등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감독들의 신작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들 대부분은 특별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개봉될 기회가 없었고, 일부 작품은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긴 했지만 코로나 감염 확산으로 소수의 관객에게만 접근이 허용되었습니다. 극장에서 신작과 만날 기회가 적은 최근 상황에서 시네마테크는 최근 몇 년간 일본 영화의 새로운 흐름과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이번 특별전을 기획했습니다.
이번 상영작들에서 뚜렷하게 감지되는 특징 중 하나는 단순한 일상의 표면에 밀착하는 연출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적 사건들입니다. <와일드 투어>(미야케 쇼), <란덴>(스즈키 다쿠지)과 같은 작품들은 비일상적 사건의 발생 같은 예외적 사건을 소재로 택하지 않습니다. 단지 평범한 사람들의 느슨한 시간을 그리며, 그 안에서 어떤 풍경이 반복되는지, 또는 주인공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자세히 관찰하는 쪽을 택합니다. 이는 언뜻 단순하고 지루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의외의 생동감과 날카로운 문제 제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노래한다>(이구치 나미)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때, <옆얼굴>(후카다 고지)에서 주인공의 얼굴에 지독하게 외로운 표정이 떠오를 때 우리는 현실을 관찰하는 카메라의 역량을 다시 한 번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들이 현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짐짓 객관적인 관찰자의 태도를 유지하는 건 아닙니다. <누군가 노래한다>, <무언일기 2018>(미야케 쇼)처럼 소박한 일상을 그린 드라마는 카메라의 시선과 프레임을 통해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상대적으로 덜 소중한지 자신만의 가치 체계를 분명히 만들어냅니다. 또한 <광산>(오다 가오리), <하늘에 귀 기울여>(고모리 하루카)나 <정신: 제로>(소다 가즈히로) 같은 다큐멘터리는 주인공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그들에게 신뢰와 응원을 보내는 태도를 뚜렷이 보여주며, 이를 통해 현실 앞에 선 자신의 태도와 결단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하늘에 귀 기울여>의 라디오 진행자가 차분한 목소리로 마을의 소식을 전하는 장면, <다정함을 향해>의 감독이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를 소리내어 말하는 장면이 감동적인 것도 이런 맥락일 것입니다. 특별히 국내에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오다 가오리와 고모리 하루카의 다큐멘터리에 더욱 특별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한편 구로사와 기요시의 <스파이의 아내>, 아라키 신지의 <인원 수의 마을>처럼 장르적 소재를 기반으로 흥미로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도 독특한 재미와 영화적 질문을 안겨줍니다.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린 기요시의 기묘한 세계 <지구의 끝까지>나 3.11에 대한 스와 노부히로의 깊은 고민을 독특한 소재로 풀어낸 <바람의 목소리>, 멜로드라마의 감성을 숨기지 않는 아오야마 신지의 <구름 위에 살다> 같은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의
이동뿐만 아니라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직접 작가를 초대하는 것은 지금 불가능하지만, 이번 특별전에서는 영상을 통해서라도 작가와 관객이 만날 기회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평론가들이 참여한 영화 상영 후의 시네토크 또한 준비되어 있습니다. 봄 기운이 느껴지는 3월, “새로운 바람 - 일본 영화의 현재”에 관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시네토크
일시: 3월 6일(토)
오후 6시 <란덴> 상영후참석:
스즈키 다쿠지(감독)* 본 행사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진행합니다.
일시: 3월 12일(금)
오후 8시 <광산> 상영후참석:
오다 가오리(감독)* 본 행사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진행합니다.
일시: 3월 13일(토)
오후 2시 30분 <옆얼굴> 상영 후참석:
후카다 고지(감독)* 본 행사는 사전에 녹화한 감독과의 인터뷰 영상을 상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일시: 3월 13일(토)
오후 6시 <정신: 제로> 상영 후진행: 이도훈(영화평론가)
일시: 3월 20일(토)
오후 7시 <하늘에 귀 기울여> 상영 후진행: 이승민(영화평론가) , 김성욱(프로그램디렉터)
일시: 3월 21일(일)
오후 6시 <스파이의 아내> 상영 후참석:
구로사와 기요시(감독)진행:
정지연(영화평론가)*
본 행사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진행합니다.
주최: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후원: 영화진흥위원회,서울시,서울영상위원회
출처: 서울아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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