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프로젝트 보고전 2부

예술공간 서:로

2021년 5월 4일 ~ 2021년 5월 19일

서울에서는 모든 게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다. 시간이 휘몰아치는 강물처럼 사람들을 데려가는 이곳에는,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빠른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기 위해 종이에 선을 긋고 글을 쓴다. 그 행위가 반복되다 보면 종이 위에 어떤 형상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 한 번의 어른거림은 마음에 자국을 남겨 계속해서 종이에 선을 긋도록 부추긴다. 그림 그리는 이들은 다시 이 형상을 사로잡기 위해 선 긋기에 알맞은 몸을 만든다. 여기엔 세상의 속도와는 거리를 두고, 자연스럽게 곤궁해지는 것이 포함된다. 종이에 선을 긋는 일이 세상의 가치로는 환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시선이 가혹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그림 그리는 이들은 손에 연필을 쥐었을 때 아름다운 것을 적거나 따라 그릴 수 있기에 자유롭다. 빈 벽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을 때의 황홀감이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빈 벽은 거짓말과 위반의 공간이 된다. 그림 그리는 이들은 빗겨나간 시간 속에서 세상을 따라 그리다 여러 가정들을 해본다. 자신과 세상이 전혀 다른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그 가능성을 덧칠해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화면을 만든다.  

완성된 그림엔 눈으로 쉽게 보이지 않았던 형상의 자국이 담겨 타인에게 공유될 순간만을 기다린다. 그림 그리는 이들과 분리되어 새 생명을 갖게 된 그림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가 되고, 이후 필연적으로 타인과 새로운 관계를 갖는다. 마치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처럼- 그림은 눈을 들어 그림을 바라보는 이와 대화를 시작한다. 

김주눈

참여 작가: 강연수, 고니, 김수현, 김주눈, 김지윤, 순영, 신서윤, 이윤서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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