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혜린 : 우리는 물이 내려가는 것을 바라보지 않는다.

갤러리도스

2020년 1월 29일 ~ 2020년 2월 4일

완벽한 구조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설혜린이 보여주는 물의 이미지는 솟아오르는 인공의 분수나 거대하고 장엄한 폭포의 요동이 아니다. 변기에 고여 있다 사람이 거쳐 갈 때 마다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며 소모되는 물이다. 변기에 고여 있는 물은 사람이 살아가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배설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존재한다. 인간이라면 계층과 지위를 막론하고 피할 수 없는 삶의 부분이다. 하지만 변기와 연관된 행위와 이야기는 더럽고 남에게 보여선 안 되는 감추어야 하는 것이며 치부이자 약점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세태는 비단 화장실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회가 지니고 있는 조명 받지 못한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현대 국가가 다듬고 정리한 복지라는 시스템과 교육에서 이야기하는 공정하고 편협하지 않는 시각에 대한 지향은 하얗고 매끄러운 변기처럼 견고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 수준에 비해 소규모 구성원들이 따라가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장애인에 대한 신파극처럼 부자연스러운 동정의 시선 혹은 편견이 담긴 따가운 시선은 고요한 물의 표면에 거칠게 뿌려지는 물방울이나 오물과도 같다. 결국 다시 평온한 표면으로 회복되지만 작은 물 한 방울만으로도 표면 전체에 동심원이 발생하고 거품이 일어나는 변기에 고인 맑은 물에는 앞서 이야기한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가족구성원이 겪어야 하는 크고 작은 위축과 좌절이 담겨있다. 작가는 변기에 고인 물의 표면에 물이 뿌려짐으로 드러나는 형상을 마치 현미경으로 바라본 화면처럼 자세하고 차분히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가 반드시 지니고 있지만 양지에서의 언급이 암묵적으로 터부시되는 장애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을 뿌리고 물이 흘러내리게 하는 행위에 대한 집착을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위의 주체가 되는 대상의 상태에 대해 가십거리 정도의 관심을 표하며 정작 당사자와 주변인에게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로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설혜린은 행위자의 눈을 빌려 물을 바라본다.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왜 그토록 계속해서 경험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자 이해이다. 대상을 이해하고 시야를 받아들이는 순간 작가가 발견한 모습은 단순히 물을 흩뿌리고 흘러내리게 하는 행위에서 비롯된 쾌감이 아니다. 그것은 고요함의 물에 격동의 물이 충돌하면서 이루어내는 순식간의 형상이며, 매 순간 동일하지 않은 완벽한 구조이다. 화면에 그려진 물의 맥동은 마치 유리구슬이 가득한 만화경속 이미지처럼 보이기도 하고 분열하는 세포처럼 활기차게 다가오기도 한다.

외부의 자극하나로도 표면과 입자가 요동치고 변화하는 물은 사실 그 어느 순간에도 연약한 적이 없다. 충격으로 인해 잠시 형태가 변화하는 모습은 구조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자극을 흡수하고 융합하여 다시 고요한 상태로 회복되기 위한 필연적인 단계이기도 하다. 관객들은 설혜린의 내려가는 물을 통해 피상적인 형태에 대한 가벼운 체험을 넘어 타인의 시야를 빌려 바라보게 된 이미지를 이해하고 연결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러한 개인들의 의도치 않은 충돌이 모여 매 순간마다 규정할 수 없는 물방울을 형성하고 결국 다시 결합되어 서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된다.

출처: 갤러리도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설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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