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 비디오 제너레이션 Zeitgeist: Video Generation

대안공간루프

2018년 9월 10일 ~ 2018년 9월 30일

미디어라는 말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모두가 미디어를 다르게 정의하고, 서로 다른 외연을 포함시킨다. 이에 미디어는 점차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 미디어가 개인의 삶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지금, 우리는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미디어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의 미디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한다.

오늘날을 지배하는 미디어의 특성 한 가지는 문자보다 영상에 익숙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글을 읽는 대신 텔레비전과 영화를 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에는 수많은 영상들이 넘쳐나고 스스로 편집하고, 차용하고, 만들어서 방송하기까지 한다. 주요 미디어가 문자에서 무빙 이미지로 변경된 까닭이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에 이뤄진 한국에서의 가정용 비디오 기기 보급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에 앞서 이 거대한 변화를 선취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빙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영상 미디어 아트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하여 비디오 기기의 등장이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 1970년대 출생한 작가들에 주목한다. 해당 작가들이 갓 태어나거나 영·유아였던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초에는 컬러 텔레비전과 비디오 테이프 레코더(Video Tape Recorder, 이하 VTR), 캠코더(Camera+Recorder)로 대표되는 가정용 비디오 기기들이 보급됐다. 이 기기들은 (1) 스스로 촬영하여 녹화하고 편집할 수 있는 주체성, (2) 다양한 색감 활용, 개성 강조, (3) 편리성, 이동성, 비용절감으로 다큐멘터리, 홈비디오 촬영 등을 가능하게 하면서 시각문화에 대 변동을 일으켰고 사회에 전반에 걸쳐 새로운 문화를 형성시켰다.

문화 전반이 변동하면서, 일명 ‘포스트 VTR 세대’ 혹은 ‘비디오 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해당 작가들은 어린 시절부터 비디오 기기들을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주요 미디어로 받아들였으며 ‘비디오 문화’를 공유하고 이를 체화했다. 영상 노출 빈도수가 높아 문자 미디어보다 영상 미디어에 익숙한 이들은 자신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여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체험해왔으며, 다양한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프로그램들을 통해 누적된 문화 감수성을 공유한다. 뿐만 아니라 특히 한국에서는 1990년 중반 문민정부의 출범을 경험하면서 정치 이념보다 문화를 중시하고 권위적인 기성문화보다 끊임없는 변혁을 추구하며 거대서사보다 미시서사에 집중하는 성향을 강화한다. 기획자는 이러한 경험들이 작가들이 성인이 된 후 영상 미디어를 주로 사용하면서 영상을 통해 내러티브를 구성해가며 작업을 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파악한다.

실제로 전시에 초대하는 최원준(b.1979), 박경근(b.1978), 벤 리버스(b.1972), 응우옌 트린 티(b.1973) 작가는 영상 미디어 아트에 집중해 작업하면서 내러티브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를 활용하여 몽타주(Montage)를 구성함으로써 무빙 이미지의 미장센(Mise-en-scène)을 고민하고 개인사적 기억을 사회사와 연동시킨다.

비디오 기기의 영향이 비단 미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으므로, 영상 문법을 심화하는 지점에서 영상 미디어 아트는 다큐멘터리 영화, 영화의 디지털화와 조우한다. 영화와 무빙 이미지 작업 간의 경계가 무너진다. 3차원의 전시 공간에 존재하던 영상들은 2차원의 평면으로 들어가면서 어떻게 몰입이 가능한 내러티브와 몽타주를 구성할 것이냐를 묻고, 2차원의 평면에 존재하던 영화들은 3차원의 물리적 공간으로 나오면서 어떻게 무빙 이미지의 미장센을 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에 전시에 필리핀의 영화감독 존 토레스(1975)를 초대하여 영상 미디어 설치 작업과 영화과 만나는 이 접점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전시에 1980년대생이지만 비디오 제너레이션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고 영화와 영상 미디어 아트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는 벤자민 & 스테판 라미레즈 페레즈(b.1988)를 초대하여 비디오 제너레이션의 정체성의 확장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1970·1980년대 출생한 작가들의 영상 미디어 설치 작업들(Video Installation)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어떠한 형식으로 영상을 활용하고 각자의 내러티브를 구성해내는지, 그리고 2차원과 3차원에서의 관람객들의 체험을 어떻게 구성해내는지를 탐구한다. 또한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의 역사와 영화, 영상 미디어 아트의 역사를 병치하는 연표를 구성함으로써 그 연결고리를 그려낸다.

* 전시기간 중에는 영화와 영상 미디어 아트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2차원과 3차원의 체험을 다르게 구현하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전시에 선보이는 작업들을 영화관에서 선보이는 스크리닝 데이를 마련한다. 또한 무빙이미지 차원에서 전시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담론을 확장하기 위해 전문가와의 토크를 마련한다.

글: 문선아


스크리닝 데이

일시 : 9월 30일 (일) 오전 10시 – 오후 4시
장소 : 미디어극장 아이공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0-1 지하1층)
오전 10:00 – 오후 01:10 <행복한 땅>, <청계천 메들리>, <이상한 토레스>
오후 01:10 – 오후 02:00 휴식
오후 02:00 – 오후 04:00 <컨플루언스>, <판두랑가에서 온 편지>,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


시대정신 시리즈 소개

오늘날의 ‘시대정신’(Zeitgeist)은 무엇일까. 시대정신이란 특정 시대를 풍미한 감정 상태와 사고 경향, 정신자세나 태도를 일컫는다. G.W.F.헤겔은 시대정신을 역사의 과정과 결부시켜 ‘개개의 인간정신을 넘어선 보편적 정신세계가 역사 속에서 자기를 전개시켜나가는 각 과정에서 취하는 형태’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정신의 형성이 주변 환경과 물질문화, 인터페이스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기획자는 시대정신이 현 시대에 어떻게 현상적으로 구현되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단 하나의 시대정신이 시대를 관통한다기보다 면면을 바꾸며 여러 ‘시대정신들’이 다발적으로 겹쳐져 세계를 구성한다는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헤겔의 ‘시대정신’ 개념을 일부 해체한다. 이를 통해 다면적으로 변해가는 오늘날의 시대를 살펴보고, 미래를 조명하려 한다.

특히, 기획자는 세대별로 다른 태도들이 형성되는 현상을 그들이 향유하는 보편적 미디어의 변화와 평행하게 두고 살펴봄으로써 다름이 형성되는 타당한 근거를 추정하고 사회 기반과 소통구조의 변화에 각 세대가 어떻게 반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 전시 <시대정신: 非-사이키델릭; 블루>는 2016년 5월 23일부터 6월 19일까지 이태원에 위치한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진행됐다. 이 전시에서는 1980년 중반부터 1990년 초반에 출생한 작가들의 작업을 ‘인터넷 이후의 예술(포스트인터넷 아트)’의 관점에서 소개했다.


기획자 소개

철학과 미술이론을 전공한 문선아(b.1985)는 2012년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문래동 일대에서 ‹온화한 관계 맺기›를 공동기획했고, 2013년부터 2년 동안 월간 『퍼블릭아트』의 기자로 활동했다. 2015년 국립아시아 문화전당에서 열린 개관전 ‹플라스틱 신화들›에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참여한 바 있으며, 시대정신 시리즈를 기획하여 2016년 첫 전시 <시대정신: 非-사이키델릭; 블루>를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선보였다. 2017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된 다큐멘터리 시어터 <리상국>과 <나는 평양에서 온 모니카입니다>를 제작했고, 2018년 암스테르담의 드 아펠 센터에서 열린 를 공동기획했다. 2016년 아마도전시기획상과 비평페스티벌 2016상을 받았고, 2017년에는 런던의 테이트 인텐시브프로그램을, 2017년부터 2018년까지는 암스테르담의 드 아펠 큐레이토리얼 프로그램을 거쳤다.


기획: 문선아
주최/주관: 대안공간 루프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출처: 대안공간 루프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박경근
  • 최원준
  • 벤자민 & 스테판 라미레즈 페레즈
  • 벤 리버스
  • 응우옌 트린 티
  • 존 토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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