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경 개인전 : Abstract Matters

씨알콜렉티브

2021년 4월 13일 ~ 2021년 5월 29일

씨알콜렉티브 CR Collective는 2021년 올해의 CR작가로 선정된 신미경의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Abstract Matters》를 4월 13일부터 5월 29일까지 개최한다. 신미경은 오랜 유물에서 현대도시건축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일상의 흔적을 재해석하는 인문, 조형, 장르 실험의 결과물인 50여 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오랜 기간 동안 비누라는 매체를 통해 유물과 동시대적인 것을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영국의 헤이워드 갤러리, 대영박물관,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 네델란드의 프린세스호프 미술관, 스웨덴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등 유럽의 유수한 미술관에서 선보였지만, 이번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 Abstract Matters》는 미술사에서 중요한 개념인 추상성을 가지고 조각적인 것, 그리고 회화적인 것, 건축적인 것, 환경적인 것까지 확장하며 탐색한다. 기존 프로젝트가 미술관의 박제된 권력과 제도화된 역사적 산물들을 비누로 해체하여 변화하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였다면, 이번 신작은 오랜 건물의 외벽 같은 삶의 켜를 박제하여 가치를 드러내고, 동시에 작가의 주관적 개입까지 최소화하여 동시대 추상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중, 중세의 벽 낙서를 연구하게 되었으며 오랜 시간 속에 축적된 인간의 흔적들과 시간에 의해 씻겨 내려간 풍화의 자국들, 추상에 대한 정의와 많은 작가들의 태도를 연구하며 조각적 재료 속에서 획득할 수 있는 추상의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제스모나이트(Jesmonite)라는 새로운 소재에 대한 이해와 함께 건축적 질감에서 영감을 받아 조각적 재료로 추상회화적인 형식을 실험하며 ‘평면 조각’ 개념으로 여전히 조각/비조각의 영역에 머물면서도 평면에 대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로써 추상회화의 제작 방식을 취하며 과거의 <번역> 시리즈와 같은 작업 방식에서는 나올 수 없었던, 즉흥적이며 추상적인 방식으로 제작 과정에서 작가의 개입을 줄이며 새로운 조형 실험으로 작업 맥락을 확장한다.

신미경은 기존의 추상이 이미 모든 삶과 언어에 걸쳐있는 개념으로 특정 작가나 비평가의 특수한 담론으로 차별화하는 추상표현주의자들과 미니멀리스트들에 대한 기존 담론을 재전유하고 비판하고자 하는 지점과는 일정 거리를 둔다. 또한 조각/비조각의 변증법적 긴장을 통해 확장된 조각영역을 증빙하려는 지점과도 거리를 둔다. 그 이전에 이러한 관념을 너머 사회문화적 차이와 정치와 권력의 개입 너머의 순전한 시간과 환경 속 개인/개별자의 역사, 그리고 불순한 의도나 작가의 개입에서 다소 자유로워지는 진정성에 대한 동시대적 의미의 추구가 강하다 하겠다. 작가는 작년 초부터 코로나 19로 록다운(lockdown) 된 영국의 상황에서 온전히 작업실에서만 거주하면서, 기존 매체, 테크닉, 재현이라는 완벽한 형식적 엄격함을 탈피하고 개념과 내용에 집중한 또 다른 시각언어를 추적하는 작업에 골몰하였다.

신미경은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특정 문화를 대표하는 역사적 유물과 예술품을 비누를 이용해 현재의 관점에서 재현하는 작업으로 26년 동안 하루 한시의 쉼 없이 치열하게 작업 활동에 매진, 총 29회의 개인전을 수행해왔다. 다양한 종교, 역사, 문화적 문맥에 대한 경험에서 도자기와 불상을 비누조각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통해, 어떠한 “절대적 가치”에 대해 23년 동안 질문해왔다. 처음엔 서양 고전의 돌 조각과 비누 사이의 시각적 유사성을 발견하였고, 이를 통해 이방인의 시각, 즉 후기식민주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한 비누와 대리석의 영구성과 비영구성이라는 근본적으로 상대적인 성질에 관심을 가지고, 비누로 서양 고전시대의 상징적인 조각을 만들었고, 한발 더 나아가 박물관이란 시스템이 보존하는 유물에 관심을 가지며 ‘유물이 되게 하기’와 ‘번역’이란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한때는 장식품, 숭배물이거나 일상 용품이었던 어떤 것이 유물로 결정되어 박물관의 선반에 올라가는 순간, 그 물체의 시간은 정지하고, 기능도 잃어버리며, 오직 유물로서만 존재하게 된다는 지점에 천착하였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이러한 과거의 작업들과 밀접하게 관계하면서, 추상이라는 문제를 통해 기존작업과 차별화된 또 다른 관념과 양식의 해방을 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오랜 기간 동안 비누로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번역> 시리즈, <유령> 시리즈, <화장실 프로젝트>, <풍화 프로젝트>, <비누에 새기다: 좌대 프로젝트>, <폐허 풍경>, <화석화된 시간>, <페인팅> 시리즈)를 선보였지만, 재료 자체를 다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력하게 가지고 있는 바, 세라믹과 유리 작업을 계속 연구 중이었다. 이번 씨알콜렉티브에서의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 Abstract Matters》가 매체의 다변화 탐구와 함께 또 다른 시각언어로의 진화, 그리고 “추상성”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회화와 조각, 건축의 경계를 실험하는 진일보를 위한 플랫폼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신미경에게 작가로서의 존재 이유는 ‘기존에 있었던 것을 새로이 해석함으로써 고정관념으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 태도를 위해 가장 적합한 양식을 찾아 나가는 것이 예술가로서의 존재, 그리고 예술 하는 방식이다. 그의 행보와 실천들이 한결같이 자만이나 합리화, 지침이나 뒤돌아봄 없이 30년 가까이 꾸준하게 한곳을 바라보고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참여작가: 신미경
사전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496336

출처: 씨알콜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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