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섭 개인전: 그림자 기억 장치 shadow memory

통의동 보안여관

2022년 4월 27일 ~ 2022년 5월 22일

신형섭 작가는 전시마다 연작 형식의 제목을 사용한다. 그의 형식을 따른다면 이번 전시의 원제는 《그림자 고고학 Archaeology of the Shadow》이지만, 이번 보안여관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작가의 형식을 조금 벗어난 제목으로 만들어 보았다. 

그림자 기억 장치 shadow memory라는 정보통신 용어가 있다. 롬(ROM)에 저장된 프로그램과 명령어들이 램(RAM)으로 이동하여 보다 빠르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롬의 정보를 읽어 들이는 데에 사용되는 기억 장소이다. 컴퓨팅에서 섀도 메모리는 실행 중에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메모리에 대한 정보를 추적하고 저장하는 데 사용되는 복제기술로 이러한 섀도 바이트는 일반적으로 원래 프로그램에서는 보이지 않으며 데이터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는 데 사용된다. 과거의 시간을 보이지 않는 데이터로 보고 신형섭 작가가 미디어의 역사를 발굴하고 기술을 추적하는 등의 미디어 고고학을 연구하고 작업으로 실행하는 행위를 그림자 기억 장치 (shadow memory)가 컴퓨팅에서 빠른 실행을 위해 저장된 기록을 복제하는 행위와 같다고 보았다. 또한, 그가 오래된 미디어를 분해하고 재조립한 조각장치를 통해 비추어 내는 그림자를 이미지의 복제로 보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고고학적 발굴의 의미를 현재를 위한 기술적 발견이 아닌 미래를 제안하는 방법론으로 보아 작가가 앞으로 확장하려는 세계와 그에 대한 가능성으로 연결해 보고자 한다. 백남준은 고대를 향한 추격은 미래를 향한 추격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의 작품 <달은 가장 오래된 TV (1965년작)>에서 달을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빛의 원천이며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오래된 미디어로 보았다. 누구나 달을 보며 상상했을 고대와 아무런 정보가 없는 미래를 상상하며 발전해 가는 기술과 미디어를 우주와 미래의 공간으로 잇고자 하는 것으로 본다면?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래된 건축물 각각의 방에 직접 조작한 장치 속 오브제들을 비추어 재현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기나긴 시간을 여행하고 도달한 빛이 전하는, 오래된 미래의 그림자를 비추어 보기 위한 것은 아닐까?

황수경

작가: 신형섭
기획: 황수경
서문: 이수영
리뷰: 허대찬
설치: 정진욱
전시 전경, 영상: 이의록
토크 영상 기록: 채병연
그래픽디자인: 김박현정

출처: 통의동 보안여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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