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 사색종이 가방: 마음을 산책하다

갤러리도스

2023년 5월 24일 ~ 2023년 5월 30일

스며든 자리
갤러리 도스 관장 김선재

일상생활에 쓰이는 모든 물건은 그 나름의 용도나 기능을 지니고 있게 마련이다. 특히 종이가방은 어디에서나 가장 쉽고 친숙하게 발견되는 형태이다. 얼핏 보면 평면적일 수 있지만 내용물에 따라 그 부피나 모양이 변하기도 한다. 신혜선은 종이가방을 매개로 그 너머에 자리한 순수한 경험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단지 무언가를 담기 위해 쓰이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지닌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거나 현재의 새로운 의미들이 담길 수 있는 무한한 소재가 종이가방이다. 비록 그 안은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삶의 흔적들이 스며들어 채워져 있다는 것을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작가는 절제된 표현을 고수하면서도 온화한 빛과 색 그리고 사각의 형태가 지닌 최소한의 조형요소만으로도 화면을 충만하게 채워나간다. 그리고 작품을 마주하는 잠시 동안 시간을 멈추고 나를 대면할 수 있는 일종의 쉼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물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한 물질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것이 갖는 의미와 기억을 결합하여 인식한다. 그런 점에서 일상적 사물의 선택하고 예술로 표현하는 것은 삶을 자연스럽게 투영하여 인간이 지닌 좀 더 근원적인 본질을 찾고자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무엇하나 특별할 것 없는 종이가방이지만 현대의 기술 발전과는 무관하게 그 형태와 기능은 변함없이 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나 내부가 보이지 않은 상태는 우리에게 내용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을 주고 옛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작가는 무엇이든 채워지고 비워질 수 있는 종이 가방을 표현하여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사유의 순간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종이가방이 주는 평범함은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삶의 일상성을 드러내는데 적합하며 그 안에는 저마다의 독특한 의미가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작품 안에서 군더더기 없는 간단명료한 사각의 형태는 절제된 미를 어김없이 드러낸다. 주변의 불필요한 정보는 최대한 덜어내고 빛과 그 안에 덩그러니 놓인 종이가방만이 있을 뿐이다. 주변에 동화되어 스민 이미지는 희미하고 어렴풋해서 명확하지가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형상이 조금씩 떠오르는데 이는 마치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과정과 흡사하게 느껴진다. 화면 전반에 퍼져있는 미색은 은은하고 잔잔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싼다. 색은 다른 조형요소 중에서도 가장 인간의 내면을 자극하고 기본적인 감정을 밖으로 끌어내기 때문에 작가는 되도록 인위적이거나 과감한 색상보다는 쉼이라는 의도에 맞는 부드러운 색상을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대상을 캔버스 위에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점토를 이용하여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약 없이 백토 그대로의 색감을 살려 종이 특유의 형태를 평면에서 입체조형까지 그 제작 범위를 확장하고 있으며 시각과 촉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예술적 실험을 보여준다. 

누구나 각자의 마음속에 종이가방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 안에는 개인의 기억과 추억 그리고 기분 좋은 상상이 저장되어 있다. 종이가방을 보며 공감하고 추억을 이입하는 과정의 기본이 되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 대한 소중함일 것이다. 예술로 인해 잠시 달라지는 감각은 우리의 마음과 현실 그리고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다.  이처럼 신혜선은 회화와 도예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롭게 시도하고 우리의 잠재된 감각을 일깨우고자 한다. 가장 단순하고 절제된 방식을 선택하여 순수한 사유의 경지를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는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체득하기를 바라고 있다.   

참여작가: 신혜선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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