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들 바깥의 관계망은 어쩌면 모든 것을 세계 안에 항상 꼼짝없이 묶어두는 결박일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다 즉흥적으로, 무엇이 될지 모르는 감탄 혹은 탄식으로,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낭만적인 증명으로서 분위기와 허구를 믿어보자는 생각으로 '아'라는 음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아'는 기원적인 소리이자 문장에서는 비시각적 총체들을 상징하는 리소스다. 이 문장을 메아리로서의 '아'로 내뱉는다면, 뱉은 아로부터 돌아오는 아는 그것이 동일한 목구멍에서 나온 음성이라해도 내게로 다가오는 어떤 것이 된다. 풀어서 묘사하자면 내가 세계로 발을 딛자 세계가 내게 발을 딛는 식이다. 이 작지만 분명한 차이로부터 두 가지의 방향성이 각기 상이함을 강조해보고자 한다. 돌아오는 '아'가 앞선 '아'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믿음을 거듭 제시하며 ‘아 다음의 아,' 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또한, 앞선 아와 뒤따른 아가 똑같다고 하는 견해는 우리가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일 것이다. (기획의도, 학생 서문 중)
참여작가: 한예종 졸업생 40명
웹사이트: https://kartsfa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