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의 제목 《과적합(overfitting》(2024)은 기계 학습 중 발생하는 오류를 가리킨다. 기계 학습 과정에서 제한된 학습 데이터에 알고리즘이 특화하여 새롭게 투여된 샘플 데이터에 대한 예측 결과가 현저하게 나빠졌을 때, 그와 같은 현상을 과적합이라고 지칭한다. 일반적인 기계 학습에서 과적합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 테지만, 안상범은 이것을 문제가 아니라 사건을 내재한 잠재성으로 바라본다. 고장 난 소니 아이보에게 제를 올리는 일본의 승려, 위성항법시스템의 알고리즘에 의하여 제어되는 탈북 이주민 운전 노동자, 지구 밖 외행성의 이미지를 닮은 요르단 남부의 사막, 식물 재배 기술과 행성적 위기를 심화하는 가상화폐 채굴 기술의 교차 편집. 《과적합》은 끊임없이 팽창하려는 체계에서 누락된 여분의 것들을 포집하고, 체계의 균열을 감각하고 사유하기 위한 예비 동작을 취한다.
안상범 작가는 총 4점의 영상작업을 더레퍼런스에서 선보인다. <캡차>에서 작가는 아이보 로봇 개를 수리하는 회사를 찾아 그것을 구성하고 있던 부품들, 기계 뼈를 어루만지는 연구원의 손길과 고장 난 로봇을 앞에 두고 제를 올리는 승려의 모습을 동시에 담았다. <서킷>에서는 탈북 이주민과 플랫폼 노동자의 이동이 병치 된다. 이 작품은 알고리즘 통제 체계에서 점차 비가시화되는 노동의 양상을 쫓는다. <더스트 데빌>은 주류 영화 문법에 의해 누적된 시각적 양식을 전유하여 사막으로부터 지구 밖 외행성의 이미지를 산출해내고자 시도한다. <멜트다운>에서는 두 개의 테크놀로지가 맞물린다.
하나는 식물을 생장시키는 기술이며, 하나는 가상 화폐를 채굴하는 기술이다. 농작물 재배 기술과 가상 화폐 채굴 기술을 충돌시키며 양면성을 구획화하고, 곧이어 청색 및과 적색 빛을 교차하며 식물 생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빛의 파장을 만들어낸다.
안상범(b.1991)은 영상 작업을 통해서 인간과 비인간, 생태와 기술, 그리고 인지 가능한 것과 이해를 넘어서는 것 사이의 모호한 교차점을 탐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속화되는 기술과 생태 변화의 불안정한 문턱의 순간들로부터 출발하는 그의 작업은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허구와 우화, 에세이, 컴퓨터 생성 영상과 같은 다양한 형식을 중첩하여 다큐멘터리의 객관적 속성을 전복시키고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너머의 것을 확장하여 가시화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또한, 이를 통해서 기술 매체가 세계를 투사하는 방식과 인간 중심적 사유의 한계에 대해 질문한다.
참여작가: 안상범
서문: 황재민(미술평론가)
장비: 만리아트메이커스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출처: 더레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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