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확실한 인생 여정에 조금이나마 우회 없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선행자라 일컬어지는 자들이 만들어 놓은 이정표를 의지하며 종종 길을 나선다. 이러한 이정표에 대한 우리들의 신뢰는 점차 공고해졌다. 그 연유를 찾자면 욕망하는 구조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부에 입성하려는 우리들의 간절함이 그 이정표를 실체 없는 신기루가 아닌, 불가결한 정의의 불빛으로 우리에게 비쳐서 그랬을 것이다.
이번 전시 《어차피 이정표대로 가도 거긴 안 나와》는 그러한 이정표들을 참고하며 각자의 길을 걸어온 동시대 젊은 작가 6인의 작업 행적과 태도의 반추를 통해서 대중이 인생과 예술에 대한 관점을 보다 다양한 층위로 분산시킬 수 있기를 제안해 본다.
이번 전시 참여 작가들은 각기 다른 매체와 주제를 통해서 누군가는 자연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주변에서 비롯된 지각과 그 대상의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시각언어로 재구성하는 작가도 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층위에서 동시대를 바라본 젊은 작가들의 작업 안에는 공통된 인식 점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작가들이 창작의 길을 지속해 오며, 인생과 예술이 반드시 계획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체험해 왔다는 지점이다. 그 체험의 과정은 동시대 청년들이 으레 겪게 되는 자기 의심에서 발현되는 방향성에 대한 불안의 감정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이정표대로 가도 거긴 안 나와》는 결과물로서의 작품이 아닌 예술가라는 길 위에 놓인 개인의 인터뷰로써 작품의 서사를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작가와 작품의 연계성 역시 이번 전시에서는 특정 주제나 형식을 통일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별의 리듬과 창의적 선택의 자율성을 그대로 존중하며, 그 속에서 관람객들로 하여금 "조금 달라졌어도 괜찮았구나"라는 지각의 소통으로 매개되길 기대한다.
참여작가: 강민규, 김남현, 김윤호, 류재성, 박한샘, 이혜선
출처: 청주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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