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감염병 COVID-19가 확산되면서 지금껏 당연하게 누려왔던 일상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면 산책은 너무나 절실한 것이 되었다. 사람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간격 역시 사회적 거리 2m에 맞추어 재설정되어야 했다. 타인과 마주보고 식사하는 일, 한데 모여 조잘거리는 일, 할머니의 병문안을 가는 일, 누군가와 악수를 나누는 일 등 특별하지 않았던 작은 일들이 우리가 지금 가장 간절히 바라는 바가 된다. 많은 사람이 얘기하듯, 어쩌면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고립과 불안 속에서 무기력과 마주하는 나름의 방법을 찾는다. 《얼굴 없는 것들과 마주하기》 에서는 1) 매일의 꾸준한 수행적 작업을 통해, 2) 고립과 긴장 속에서 균형과 연결의 감각을 유지하는 시도를 통해, 3) 비대면-간접적 상호작용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는 아주 느리고 작은 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일상의 많은 것이 중단되었을 때 우리에게 필연적으로 남는 행위는 무엇일까? ‘함께’가 불가능해 보이는 이 시점에 우리는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물리적 고립이 감정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한마디로 답하기란 쉽지 않다.
이 전시는 위의 질문들에 대한 작가들의 대답인 동시에 이 시기를 관통하는 개인의 기록이 될 것이다.
참여작가: 강지윤, 김혜연, 최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