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저기도 아닌 푸르른 틈 사이 Between The Breaks of Greenish

대림창고갤러리

2020년 3월 10일 ~ 2020년 4월 30일

어떠한 현상이나 경험에서, 중간 혹은 사이라고 일컬어지는 틈 - 여기에도 저기에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 이 있다. 순차적인 시간으로 흘러가는 계절과 계절의 사이가 특히 그러하다고 볼 수 있는데, 겨울에서 봄을 맞는 우리의 자세는 다른 계절의 틈과는 사뭇 다르다. 겨울 내내 무겁고 오래된 것을 떠나보내고, 가볍고 새로운 것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바람과 열망이 정신적으로 또한 신체적으로도 차오르는 시기이다. 《여기도 저기도 아닌 푸르른 틈 사이》전은 위와 같은 '틈, 사이'에 주목하여, 이를 단순한 시간의 간극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신체적인 다면적인 감각과 아울러 기후, 환경 변화 등의 다각적인 요소를 통해서 바라보고자 한다.

떠나가고 다가오는

3월은 겨울이 채 끝나지 않은 추위의 스산함에 봄의 따스함이 공존 하는 시기로, 얼어붙었던 단단함이 기온변화로 인해서 서서히 녹아져 내리는 신체적인 감각으로 변화된다. 이 부분에서 긴장감은 와해되고, 이완된다. 하지만 이 신체적인 이완에 본격적인 한 해의 시작, 학기의 시작이라는 심리적인 긴장감이 더해진다. 바로 이완과 긴장의 '틈'이다. 여기에 다가오는 시작이라는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더해서 그것은 그저 지나가고 사라지는 사이라기보다는, 견고한 틈으로써 작용한다. 다음으로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심각한 기후, 환경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번 겨울은 겨울답지 않게 따듯했고, 지구 곳곳에서 이상 기후 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추운 겨울을 보내지 않을지도, 푸르르고 따듯한 봄을 맞이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측면이 강한 위 문제는 우리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볼 수 있기에 이에 관한 담론이 필요할 때이다. 

Between The Breaks of Greenish

향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아울러 조향 기획을 통해서 보이지는 않지만 강한 존재감을 지니는 향기를 제작하고, 대중화하는 작업을 지속해온 LOE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시각예술과의 새로운 협업을 통해 보여지고, 느껴지는 향의 세계를 시도하며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공고히 한다. 작가는 갤러리라는 인위적 공간에서 느끼는 자연의 향기이자 싱그런 초록 그 자체인 'HARSH GREEN' 작품을 통해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자연향의 부조화에 대한 인식의 확장과 공유를 제안한다. 
일상적인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스케치, 디지털작업 채색이라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작업을 혼용하는 <Modern Life>, <Landscape> 연작을 통해 오래됨과 새로움의 중첩에 관한 작업을 지속해온 미양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Je te veux> 연작을 통해 자연이라는 큰 풍경에 가까이 다가간다. 물, 땅, 푸르른 나무의 줄기와 잎 그리고 뿌리와 그 틈새들이 다채롭게 변주되는 자연에 묵묵히 집중하며 다양한 색채와 요소로 표현한다. BRENDA 작가는 자연과 동화에 관한 이야기를 패턴, 자수, 그림책 2차 저작물 등의 시각예술과 문학 영역의 융합을 통해서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멸종위기의 동·식물을 주제로 하여 사라지는 자연에 관한 근원적 물음에 접근한다. 환경적인 문제에서 흔적이 없어지는 자연에 관해 작가는 '숲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주제로 반문하며, 자연의 미래에 대해 열린 관점을 보여준다. <연화도와 고니>는 윤회를 뜻하는 연꽃을 입은 멸종위기의 고니가 새롭게 환생할 것을, <몽유도원도>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차용하여, 실제로 사라져 가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꿈꾸며 존재하는 유토피아적인 삶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 한다. 식물을 매체로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도시와의 관계를 평면 회화, 설치, 조경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해온 여인혁 작가는 [Save the Plants]라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예술가로서의 역할을 확장시켜왔다. 위 프로젝트는 2017년 <알로카시아>, <웃고, 말하고, 반짝이며 쏘다니는 꽃>을 시작으로, <도망치는 꽃>, <도시, 식물, 인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프로젝트의 주체인 식물들은 움직이는 로봇으로 제작되어, 인간이 만든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움직이며, 군집을 이루기도 하고, 괴물이 되어 사람을 보며 도망치기도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지역을 부지런히 쏘다녀온 꽃과 식물들은 이곳 성수동, 관람객 가까이에서 도시와 사람들 사이로 그리고 틈에 잠시 머무르며 자연과 인간, 자연과 도시, 도시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려 한다.


틈 사이 Breaks

'틈, 사이 Breaks'는 아직 무엇인가 확정되지 않은 중간, 미지의 단계 이다. 그렇기 때문에 떠나가고 다가오려 하는 것들이 다양하게 혼재 되어 있는 시간과 공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은 깨져야 하고, 다른 어떤 것은 깨진 것을 채워야 하는 그런 공간인 이 부분은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혹은 그 중간이 될 수 있는 과거, 현재, 미래는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여기도 저기도 아닌 푸르른 틈 사이-Between The Breaks of Greenish》전은 이 틈과 사이를 회화, 설치, 향료, 공예, 도예, 디자인의 다양한 장르와 함께 하며 그 안의 '푸르름'을 기대해 본다.


50여 년의 역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대림창고는 그 오래됨과 아울러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 현재의 방문객들이 함께하고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삶과 예술이 함께하고, '과거-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대림창고갤러리에서 2020년 지금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채우고 있는 많은 이들과 지금의 '현재'에 관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와 일상적인 삶이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현재는 과거의 미래- Time Does Not Pass, It Continues.》전을 시작으로 하여, 두 번째 프로젝트 《여기도 저기도 아닌 푸르른 틈 사이-Between The Breaks of Greenish》전에서 과거의 미래인 현재를 채우고 있는 '과거'와 지금의 '현재'간의 다면적인 관계를 문화현상뿐만이 아니라 시간적 개념과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참여작가: LOE, 미양, BRENDA, 여인혁

글: 김정수
사진: 여인혁
디자인: 미양, 배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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