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공간'은 영화를 통해 아이코닉한 로케이션으로 여행할 기회를 관객에게 제공하기 위한 기획전 시리즈다.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 영화들이 모였을 때 하나의 '공간적 초상화'가 형성되어 관객이 마치 그곳을 직접 방문한 듯한 생생한 감각을 느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다음 목적지, 브라질로 향한다.
'영화와 공간: 브라질'은 활기찬 브라질 영화의 세계를 조망하는 작품들을 통해 풍부하고 다층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이 작품들은 브라질 영화의 지속적이고도 풍성한 유산을 기념하며, 스크린을 통해 브라질의 현실과 상상 속 공간을 함께 거닐도록 초대한다. 본 프로그램은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섹션은 서로 다른 프로그래머가 기획을 맡아 고유한 시각을 선보인다.
'파노라마(Panorama)' 섹션은 80여 년에 걸친 브라질 영화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10편의 뛰어난 작품들을 통해, 브라질 영화의 다양성을 한눈에 조망할 기회를 제공한다. 마리우 뻬이쇼투의 실험적 무성영화 <리미테>(1931), 안셀무 두알치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산타 바바라의 맹세>(1962), 바우텔 살리스의 감동적인 로드무비 <중앙역>(1998), 펠난두 메이렐리스와 카치아 룬지의 아이코닉한 범죄 서사극 <시티 오브 갓>(2002)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품들이 상영된다. 또한 리마 바헤투의 브라질식 서부극 <도적>(1953), 알벨투 카바우칸치의 유쾌한 코미디 <진정한 여자>(1954), 수자나 아마라우의 여성 성장 영화 <별의 시간>(1985) 등 재발견된 보석 같은 작품들도 포함된다. 여기에 클레벨 멘동사 필류의 인상적인 데뷔작 <네이버링 사운즈>(2012), 주앙 두망스와 아폰수 우초아의 방랑하는 영혼들에게 바치는 서정적 작품 <애러비>(2017), 그리고 앙드레 노바이스 올리베이라의 고향 콘타젱을 향한 시적 헌사 <템포라다>(2018)까지 함께 소개되며, 이 작품들을 통해 브라질 영화의 매혹적인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어지는 두 섹션은 브라질 영화사를 더욱 깊이 탐구하며, 각각 중요한 영화 운동을 조명한다.
'시네마 노부(Cinema Novo)' 섹션은 시네마테카 브라질레이라(Cinemateca Brasileira)의 호베르투 지 프레이타스 소아리스(Roberto de Freitas Soares)가 큐레이션을 맡아, 1960년대의 시네마 노부 운동의 대표적인 11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글라우벨 호샤, 조아낑 뻬드루 지 안드라지, 레옹 흐슈만 등 브라질 영화사 거장들의 작품들이 포함된다.
'바보들의 선언: 시네마 마지날과 그 너머(Declaration of Fools: Cinema Marginal and Beyond)' 섹션은 시네마테카 카피톨리우(Cinemateca Capitolio)의 레오나르두 봉핑(Leonardo Bomfim)이 기획했으며,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전개된 시네마 마지날 운동을 탐구한다. 이 섹션은 해당 운동과 관련된 다섯 편의 영화, 그리고 앞선 작품들과 공감대를 이루는 다섯편의 영화, 그리고 큐레이션에 영감을 준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1983)을 특별 상영한다. 두 프로그래머는 각 섹션과 선정작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제공했다.
'영화와 공간: 브라질'은 브라질 영화 총 31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국내에서 개최된 브라질 영화 회고전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중 22편은 국내 최초 공개작이다. 이번 회고전이 가능했던 것은 프로그래머 호베르투 지 프레이타스 소아리스와 레오나르두 봉핑의 전문성, 시네마테카 브라질레이라와 시네마테카 카피톨리우에 근무하는 아키비스트들의 헌신,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에 영감을 주고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작품들을 창조해낸 영화인들 덕분이다. 이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은 한 나라의 영화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기억'과 '시간의 결' 속으로 스며들게 될 것이다. 수십 년의 시간이 포개진 브라질 영화를 통해, 관객이 그들의 빚어낸 매혹적인 세계를 스크린에서 직접 체험하길 바란다.
최영진
Young Jin Eric Choi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 프로그래머
출처: 한국영상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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