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질문 A Question of Time: Art in Busan

부산시립미술관

2019년 12월 18일 ~ 2020년 2월 16일

부산미술을 조명하는 소장품 기획전《오래된 질문》은 미술관 개관 당시부터 지속되어온 ‘부산미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부산미술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전을 추진하였음에도 여전히 그 답을 구하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종결되지 않는 과제임을 인식한다. 《오래된 질문》전은 부산시립미술관이 부산의 근․현대미술 형성과 발전을 함께 한 작가들을 조명한 《부산의 작고작가》 기획 시리즈를 통해 조사, 연구하였던 16명 작가의 자료와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기본으로 한다. (임응식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전시한다.) 작품 이외에 전시도록, 사진 등 자료를 전시하여 작가활동과 작품세계를 다각도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미술을 해석하고 전망하는 미술관의 전시 기획 방향과 연구기관으로서의 미술관이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소장품을 확보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고자 한다. 《부산의 작고작가》전이 기획되고 추진된 지 10년이 되는 현시점에서, 본 기획 시리즈의 의의와 지속 가능성을 이 전시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부산시립미술관은 개관 기념전 《부산미술재조명전-집단활동으로 본 부산미술의 정체성》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부산에서의 동인활동, 작품 유형 및 조형적 분류, 시대적 고찰, 그리고 동시대 작가들의 경향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움직임은 부산미술의 흐름을 알고자 하는 목적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작가 조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여 부산미술 1세대 작가를 개별적으로 집중 조명하는 《부산의 작고작가》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부산미술의 초기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고 인쇄물(이 경우도 작품이미지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다.)이나 관련인들의 기억과 인터뷰, 작가노트 등 단편적인 기록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부산미술에 대한 연구는 자료 발굴이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부산의 작가들은 일본에서 유입된 예술서적과 잡지 등 출판물과 일본 유학이나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화가를 통해 서양미술을 수용하였다.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란시절, 각지의 작가들이 부산으로 와 활동하면서 서로의 존재와 작품경향에 대해 인지하게 된다. 피란시절은 부산의 문화 환경을 변화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몇몇 작가들은 타지에서 온 작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다른 작가들은 타지에서 온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장에서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먹고 사는 일이 바쁜 고단한 피란생활로 작가들의 교류는 한정적이었고, 전쟁이 끝난 후 대부분의 작가들이 서울로 가거나 자신들의 본 활동지로 복귀하여 부산에서의 짧은 체류기간은 주요한 미술 흐름을 만들지 못했고, 작가들 간 화풍의 긴밀한 영향관계를 살펴보기에도 한계가 있다.

《부산의 작고작가》전에서 조명한 김경, 김천옥, 이석우, 임호, 우신출, 김윤민, 김남배, 한상돈, 송혜수, 오영재, 조동벽, 김원갑, 이규옥, 정인성, 임응식, 김종식 등 16명의 부산 1세대 작가들은 정물, 풍경, 인물, 동물, 그리고 추상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었지만 그 속에 시대적 상황에 충실하며 현실을 담아내고 우리 민족의 정서를 반영하고자 하였다. 작가들의 표현 의식 속에는 그들이 겪었던 식민지와 전쟁이라는 정치 사회적 상황이 면밀한 영향을 끼쳤고 화면에는 역사 현장의 시간과 장소가 담기게 된다. 일군의 작가들은 형식적인 사실성이 아닌 현장의 사실성을 다루었고 조형적 요소와 표현적 형상에 집중했다. 이러한 경향은 부산미술의 1세대 작가들에서 부산의 형상미술 세대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목가적인 풍경에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표현을 시도하는가 하면 표현주의적인 구상을 보이기도 한다.

《오래된 질문》전은 작가가 활동하던 시대적 환경이 작품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작품창작에 대한 예술가로서 고민의 흔적과 여정을 살펴보고 결과물로서 작품의 의미를 읽어내는, 미술사의 한 측면으로서 예술가와 작품을 바라보는 전시이다. 부산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오래된 질문과 정리되지 않은 시간들에 대한 연구, 그리고 기록의 필요성에 대해 돌아보는 전시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미술사에서 지역의 미술가들이 소외되는 현상의 문제와 재정립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그동안 한국미술이 중앙(서울) 중심으로 조명되었고 서울에서의 미술활동이 곧 한국미술인 것처럼 되어왔기 때문에 소위 지역의 작가들은 주류에서 배제되어왔다.(중앙이 아닌 지역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항상 있어왔지만 서울미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있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배제되었던 것은 중앙 편중적인 시각도 일조를 하지만 지역 작가들의 자료가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고 이에 대한 연구와 조명의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소외된 지역작가들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 한국미술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입체적인 조명을 통해 과제로 남겨졌던 《오래된 질문》의 답을 구해야 할 시점이다.

출처: 부산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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