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위켄드룸은 2022년 11월 23일부터 12월 18일까지 오연진 개인전 《Tweed》를 개최합니다. 오연진은 사진 작업에 필요한 재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추상적 이미지를 다룹니다. 작가는 인화지, 감광액, 빛의 강도 등을 조절하여 자신만의 기하학적 패턴을 완성합니다. 필름이라는 물리적 지지체 위에 맺혀 있던 이미지는 그의 작업을 통해 일시적 상태를 넘어 현실의 운동 에너지를 함축하는 역동적 주체로 기능합니다.
이번 전시는 오연진의 작업이 사진에 관한 개념을 전복하면서도, 그가 실제로 동원했던 촉각적이고 물리적인 실천들이 남긴 흔적을 보여줍니다. 가령 자연과 우주, 생태와 대기의 현상들을 암시하는 제목의 작품들은 움직임을 내재한 이미지라는 개념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다중의 중력이 작동한 듯한 밤하늘의 어른거림, 물거품처럼 흩어지는 구름의 질감, 눈앞을 먹먹하게 가로막는 안개의 두께 등 우리가 종종 마주하는 자연의 편린들은 <대기의 색>, <클라우드>, <셀 수 없는 봄> 등의 제목을 가진 그림이 됩니다. 구체적 형태는 부재하지만, 선명한 색채의 파노라마 사이로 드러나는 패턴들과 액체의 우연한 흩어짐은 현실에는 없는 경관을 연출합니다.
이러한 풍경에는 작가가 설정한 사진의 새로운 기능성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혼성직물을 뜻하는 전시의 제목 '트위드'처럼 오연진에게 사진이란 매끈하고 납작한 평면보다는 두께와 질감을 갖는 직물 같은 것입니다. 사진이 여러 굵기의 실로 짜여진 가공물이라면, 이는 곧 용도나 기능에 따라 사용자가 재단할 수 있는 원재료가 됩니다. 실제로 그는 직물을 대하듯 감광을 마친 인화지의 특정 부분을 재단하여 우연히 완성된 비정형의 피사체를 선보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범람하는 사진을 인식하고 소비하는 동시대 작가에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실재하는
대상과 존재들의 속성이 자유로이 접붙여진 기묘한 풍경은 많은 이들에게 사유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조형언어로서 그 외연을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오연진이 사진을 보다 더 유연하고 입체적인 질료로 인식함에 따라 우리는 그것의 메타적 분석을 넘어 언젠가 마주쳤을 장면을 상상하며 작가의 이미지 사이를 유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소개
오연진(b.1993)은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학사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했으며, 이번 디스위켄드룸에서의 개인전 ≪Tweed≫를 포함해 ≪기억의 조차≫(송은 아트스페이스, 2021), ≪The Very Eye of Night≫(송은아트큐브, 2020), ≪레이스≫(전시공간, 2019)를 개최했다. 주요 참여 기획전으로는 ≪정착세계≫(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22), ≪Summer Love≫(송은, 2022), ≪언박싱 프로젝트: 오늘≫(뉴스프링프로젝트, 2022), ≪생동하는 틈≫(원앤제이갤러리, 2022), ≪메타-리얼≫(볼록, 2022), ≪Serials≫(레인보우큐브 갤러리, 2021), ≪페리지 윈터 쇼≫(페리지 갤러리, 2021), ≪물질의 구름≫(아트스페이스 영, 2021), ≪두산아트랩 전시 2021≫(두산갤러리, 2021), ≪한국 젊은 작가전 2020: 우리들의 귀향≫(주홍콩한국문화원, 2020),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대림미술관, 2020), ≪리브 포에버≫(하이트컬렉션, 2019), ≪서울사진축제 특별전: Walking, Jumping, Speaking, Writing.≫(SeMA창고, 2018) 등이 있다.
작가:
오연진 (Yeonjin Oh)기획: 디스위켄드룸
출처: 디스위켄드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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