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기술 Complete Technology

부산현대미술관

2019년 8월 15일 ~ 2019년 11월 24일

완벽한 기술은 근대 산업혁명 이후 4차 산업혁명이 예견되는 오늘날의 혁신적인 기술변화와 그 변화의 원리가 우리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살피는 전시다. 더불어, 변화하는 기술 혁신과 조정되어 가는 세계 운영에 대한 동시대 예술가들의 예술적 실천을 주목하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구조화된 현실에 대한 비판적 통찰을 살피고자 한다. 

생산시스템의 변화를 이끈 기존의 산업 혁명에 이어 로봇, 인공지능 등 지능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기조의 변화가 현실화되려는 현 시점에서, 다수의 예술가들이 공통적으로 이 세계의 변화의 실재에 대해 질문하고 그 모순과 함의를 살피려는 시도는 새로운 사회에 진입하는 당대 예술가들에게 필연적으로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예술은 당대의 발전된 기술과 상호협력하며 자신의 형식과 내용을 변화·발전시켜옴으로써 기술 조건이라는 현실적 토대와 예술 생산의 궤를 같이 해왔지만, 한편으로 예술은 사회의 유기적인 일부로서 당대의 생산조건 하에서 제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중요한 목표로 삼아왔다.

생산력의 증대에서부터 우주여행을 실현 가능하게 한 오늘날 기술 문명의 눈부신 발전은 역사적으로 획득된 성과의 총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기술의 변화와 변화되는 기술이 운용되는 과정 사이에서 인간은 다방면으로의 분리와 소외 현상을 경험해왔고 장기적인 불평등과 예속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점점 더 복잡해지는 기술 변화와 그 운용과정은 그러한 모순을 점차 감지하거나 인식하기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부정성을 용의주도하게 은폐하며 기술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 중의 하나라 여기지는 인간의 ‘자기실현’혹은‘인간 해방’을 방해해 온 측면이 있다. 예컨대, 생산력 증대, 도시건설, 우주탐험 등은 자연 지배의 기술적 진보라는 눈부신 발전의 산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력 착취, 불평등, 전쟁, 재난, 난민 문제와 같은 기술 발전 속의 사회적 퇴보가 자리한다. 더욱이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거나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가속화되어 가는 듯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완벽한 기술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의 기술은 인간 해방을 위해 혁신되고 있는가? 기술 발전의 산물은 모든 인류에 평등하게 전유/적용되고 있는가? 전시 제목으로 채택된 ‘완벽한 기술’은 인간 이성을 통해 궁극적으로 인간 해방과 인류의 자기실현의 과제를 실현하게 될 세계의 조건임을 은유하지만 한편으로 자본의 욕망을 향해 돌진하며 인류의 자기소외로 나아가려는 자본주의 세계의 절대적 수단이 되고 있음을 지시하고 있다.

본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부터 출발한다. 먼저 기술 변화에 따른 인간 노동의 성격·형태·구조 변화의 다양한 모습을 응시한다. 그 다음 혁신적인 기술과 판타지 사이에서 드러나는 지배의 스펙터클이라는 구조화된 현실의 실재성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자연 지배의 총체이자 첨단 기술의 집약이라 할 만한 우주 산업과 그 이면에 가려진 식민화의 욕망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극대화된 자본주의적 속성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대량생산체제를 가능하게 한 컨베이어 벨트의 생산라인에서부터 구글 어스, 스마트 모니터링 도시, 자율주행자동차, 원격보안시스템, 기계학습, 인공지능, 나사 우주센터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의 관심은 실제로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하지만, 다양한 기술 환경 속에서 이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화려하고 놀라운 기술력 자체가 아니라 그 이면의 운용 과정과 그것이 만들어내고 있는 효과이다.

이은희, 줄리앙 프레비유는 취미, 봉사, 놀이로 가장한 노동의 형태를 다루거나 기계에 예속된 인간 노동의 성격에 주목한다. 연장선에서 로렌스 렉은 미래 기술기업의 노동 환경을 가상현실 속에서 만나게 함으로써,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자본주의적 속성, 특히 실업상태에 대한 판타지를 주요하게 다룬다. 차재민은 첨단 기술 도입 속에서도 여전히 잔존하는 인간 노동과 그 병리학적 현상에 관심을 두는가 하면, 박민하와 할릴 알틴데레는 인류의 꿈을 실현시킬 준비가 되어 가는 기술적 진보와 그 기만적 성격을 주요 쟁점으로 다룬다. 출품작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광고, 컴퓨터 게임,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한 영상작품과 사진으로 구성된다.

압축된 세 개의 카테고리 속에 놓인 개별 작품들은 기술 변화와 인간 해방의 기대가 오늘의 현실에서 어떻게 만나고 어긋나는지, 각각의 영역을 넘나들며 서로 비교, 대조되는 가운데, 앞서 정의한 ‘완벽한 기술’의 양가적인 의미 사이에서 우리의 지난한 사유를 촉진시킬 것이다. 기술 발전의 긍정성이라는 토대 위에서 기술 이용의 부정성을 돌파하기 위한 지칠 수 없는 사유의 노력은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참여작가: 이은희(한국), 차재민(한국), 박민하(한국), 줄리앙 프레비유(프랑스), 로렌스 렉(영국), 할릴 알틴데레(터키) 

출처: 부산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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