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기주 특별전 Yoshida Kiju Retrospective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2023년 5월 23일 ~ 2023년 6월 4일

이번 영화의전당 ‘요시다 기주 특별전’은 일본 뉴웨이브가 낳은 탁월한 감독 중 하나였으며, 작년 12월에 타계한 요시다 기주 감독을 추모하는 자리입니다.

요시다 기주는 현대 일본의 예술 영화계를 선도하는 기수로서 자국과 프랑스에서 평가를 받아 왔지만 우리에게 비교적 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1960년대 쇼치쿠 누벨바그를 오시마 나기사, 시노다 마사히로와 함께 이끌었던 감독입니다. 일본 뉴웨이브라 불리는 새로운 경향은 이들을 중심으로 하여 이마무라 쇼헤이, 스즈키 세이준, 데시가하라 히로시 등과 더불어 지배적인 흐름을 형성하였고, 이 젊고 저항적인 세대는 전후 세대에 속한 구로사와 아키라, 기노시타 게이스케 같은 선배 감독들의 보수적 휴머니즘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이 시기 뉴웨이브가 보여 준 미학적 도발은 새로운 감독 세대의 정치적인 스탠스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그 영화적 언어들의 세련됨과 지적인 엄격함, 도전적 자신감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쇼치쿠의 반항아로서 <쓸모없는 녀석>으로 데뷔한 후, 요시다 기주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서 전성기를 일구어 냈습니다. <피가 마르고 있다> <달콤한 밤의 씁쓸한 끝> 등은 쇼치쿠 시절 대표작들이며, 그 중 <아키츠 온천>에서의 섬세하고도 대담한 사랑 이야기는 한 편의 아름다운 비극이 전위적인 영화 만들기와 만나는 극치를 보여 줍니다. 이 영화에서 오카다 마리코의 혼신을 다하는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일본 뉴웨이브의 가장 큰 스타였던 오카다와의 결혼은 요시다에게 독립 프로덕션을 설립하는 자신감과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물로 쓴 이야기> <불꽃과 여자> 등으로 이어지는 이후 영화들이 현대 여성의 주체적인 삶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요시다 기주는 당대 쇼치쿠의 거장이던 오즈 야스지로가 <고하야가와가의 가을>에서 일본의 젊은 세대를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다고 자신의 평론에서 비판한 적이 있는데, 이후 오즈에 대한 보다 성찰적인 이해로 선회하면서 『오즈 야스지로의 반영화』(1998)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반영화’(anti-cinema)가 요시다 기주 스스로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일관된 열린 시선과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에로스 + 학살> <연옥 에로이카> <계엄령>으로 구성된 3부작은 그가 정치적으로 전위적이고, 예술적으로는 아방가르드한 위상을 지닌 작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각각 다이쇼 시대의 아나키스트인 오스기 사카에, 그리고 요시다의 대학 시절인 1950년대 활동가들을 조명하며, 마지막 <계엄령>은 1930년대 군국주의 시대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에게 시간은 과거와 현재의 조합을 통해 미래를 그려 내는 상상계의 차원에 늘 놓여 있었고, 정치적인 것의 (불)가능성에 대한 탐색은 섹스와 필연적으로 연결되고는 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이젠 다소 닳은 듯 느껴지는 모더니즘 영화를 환기시킬 수 있겠지만, 어느 경우에도 이미지가 ‘시선의 아나키즘’을 유지하며 열려 있어야 한다고 보았던 그의 심원한 영화 세계는 오히려 오늘날의 관객에게 훨씬 새롭게 다가올 흥미로운 작품들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요시다 기주는 뉴웨이브 세대 중에서 - 아마도 시노다 마사히로를 제외하면 - 비교적 마지막까지 생존했던 감독이었습니다. 두 편의 마지막 걸작인 <폭풍의 언덕>과 <거울의 여인들>에서도 특유의 흉내 낼 수 없는 스타일과 치열하고 비타협적인 영화적 시선을 고수하였습니다. 다양한 시기와 변화를 가로지르면서도 이러한 태도를 일관적으로 견지했다는 점에서도 존경스럽습니다. 그의 별세와 함께 하나의 영화 세대가 작별을 고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 특별전에서 요시다 기주의 작품들과 만남으로써 그가 창조하길 원했던 관객의 자유를 경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박은지

출처: 영화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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