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비디오 본색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2년 11월 23일 ~ 2023년 6월 18일

ACC 시네마테크의 기획전시 <원초적 비디오 본색>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던 과도기에 사라져버린 비디오테이프(VHS)를 소환한다.

K-컬처가 국제문화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지금의 한국영화에서 ‘비디오테이프’의 유산은 무시할 수가 없다. 비디오 산업의 호황기는 영화전문잡지와 영화애호가(씨네필)의 등장, 대기업 자본에 의한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 영화의 학문제도 편입 등과 맥을 같이 한다. 이 산업의 생산자 혹은 수용자들은 ‘비디오 키즈’로서 VHS를 통해 영화를 향유하고 이해하며, 또 수집하기도 했다.

비디오는 1976년 일본의 전기회사 ‘빅터(JVC)’가 가정용 비디오테이프 모델(VHS)을 생산하면서 대중적으로 보급했다. VHS의 실용성은 영상 시장의 활성을 가속화시켰고, 영상제작사와 유통사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까지 진입하며 문화 활동의 큰 축을 차지하게 되었다.

예술 안에서는 VHS의 생산 이전인 1950년대부터 ‘소니(SONY)’에서 생산한 포터백 카메라를 통해 비디오 매체에 대한 실험들이 이루어졌다. ‘▶재생 II일시정지 ■정지 그리고 ◀◀ 되돌리기’라는 비디오의 재귀적, 촉각적 특성은 매체를 형식적 도구가 아닌 심리적인 장치로 활용하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비디오아트에서 ‘나르시시즘의 미학’이라고 일컬어지던 ‘자기반영성’은 오늘날 이른바 ‘셀프카메라’와 자신이 직접 등장하는 ‘유튜버’들을 연상케 한다. 이처럼 참여적이고 소통적인 비디오는 한 세기의 문화예술 전반에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으며, 개인과 공공의 역사에 자리 잡고 있다.

<원초적 비디오 본색>은 비디오의 역사 안에서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VHS’, 그 안에서도 대중적으로 소구되어 왔던 ‘영화’에 집중하고자 한다. 영화 비디오 문화는 생산자와 수용자, 제도권과 비제도권 모두 실천적이고도 매우 능동적이었다. 본 전시는 비디오의 제작자(아티스트 포함) 중심이 아닌 수용자들의 문화를 다뤄보고자 했으며, VHS를 날 것 그대로 전시 소재에 사용함으로써 현대에서 느끼기 어려운 ‘물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전시된 VHS 대부분은 광주영화인 ‘조대영’ 씨의 소장품들로, 약 5만개 안에서 중복 및 파손, 오염이 심한 VHS를 제외한 2만 5천개를 소개한다. 큰 카테고리 안에서 소개되는 VHS의 장르별, 지역별 개수, 비디오 케이스의 영화홍보문구와 관람연령, 군데군데 비디오점에서 붙인 대여료와 대여기간 등은 당시의 시대적 문화를 보여주는 기표들이 된다.

최근 들어 ‘융복합’이라는 용어가 문화 전반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미래지향적이고 민주적으로 들리는 이 멋들어진 단어는 디지털 기술문화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본래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모호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융복합’은 하이테크와 로우테크가 어우러지면서 모든 세대가 시대적, 기술적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확장시켜나가는 데서 출발한다. 비록 비디오 매체가 새로운 세대들에게 낯설고 더 이상 필요 없는 문물이라 하더라도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기원으로서 문화를 수용하는 방식의 다양함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비디오를 경험한 세대 역시 기억을 되살리고 재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지하 학예연구관

출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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