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하는 도래 Opaque Echoes

디스위켄드룸

2025년 12월 19일 ~ 2026년 1월 24일

디스위켄드룸은 2025년 12월 19일부터 2026년 1월 24일까지 노혜리, 이동혁, 이진주 3인전 ⟪유랑하는 도래》를 개최한다. 전시는 많은 것이 분열적 성격을 띠는 오늘날, 상상과 현실, 믿음과 바람이 뒤얽힌 환경 속에서도 무언가를 꾸준히 기록하고, 호출하고, 엮는 세 작가를 조명한다. 이들은 물리적 시간의 선형성 너머에 존재하는 특정한 기호 체계를 감각하며 이를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는 전략을 통해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생산해 낸다. 진실과 허상, 트라우마와 믿음, 기억과 왜곡된 과거, 유형과 무형의 가치들은 치밀하게 설계된 그들의 작품 안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뉴욕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노혜리는 설치, 퍼포먼스, 영상 작업을 통해 이동과 시차에 얽힌 개인의 정체성 및 신체적 감각을 기록한다. 작가는 사회적 언어와 선험적 체계 너머의 영역과 유기적으로 관계 맺고, 자신을 비롯한 타자의 기억을 사물, 소리, 움직임 등으로 표현한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형태의 개체들은 대개 그의 주변 인물, 동물, 비인간 객체와 나눈 지역적, 신체적 연고에 기인하며, 현 사회에 견고히 고정된 인식을 재고하게 만드는 장치이자 도화선으로 작동한다. 특히 본 전시에서는 사물과 퍼포먼스를 단일 주제로 연계하는 대신 서로 다른 프로젝트에 동원되었던 오브제들을 새롭게 조합해 보고자 했다. 출처를 달리하는 조각들은 완결된 이야기로 봉합되기보다 언제든 다시 꿰어질 수 있는 느슨한 구조로 자리하며 퍼포머의 수행 없이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가 된다. 

이동혁은 종교적 교리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믿음 또는 신념과 같은 가치 체계를 탐구한다. 신자로서의 기억, 옛 교회당을 방문하여 수집한 장면은 상징적 모티프나 분할된 풍경으로 묘사되어 왔다. 근래 작가는 신약성경의 유일한 예언서인 요한계시록에 일곱 번 반복되어 나오는 특정 표현에 주목한다. 그는 이 되풀이되는 발화를 강요나 선언이라기보다 일종의 간절한 호출로 읽고, 문장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여러 화면에 걸쳐 그려 본다. 하나의 텍스트로부터 파생된 화면들은 상이한 명암과 원근을 지니는데, 이는 곧 진리가 고정된 확신이 아닌, 각자가 서 있는 지리적, 시대적 위치에 따라 재구성될 수 있는 것임을 내포한다.

이진주의 회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공으로부터 그러모은 일상적 존재의 기묘한 합으로 완성된다. 가려진 몸의 일부,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식물과 동물,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갖가지 도구처럼 주위에 편재하는 요소들은 그가 마련한 비정형의 화면과 암흑의 끝처럼 짙은 검정 배경 위로 떠오르며 형언할 수 없는 풍경에 기여한다. 한편, 작가는 회화가 정지된 이미지라는 전제를 의심하며 그 안에 잠재된 비선형적 감각을 호출한다. 그에게 시간은 외부 환경과 신체적 감각에 의해 끊임없이 압박받으며 재구성되는 인지 작용과도 같다. 이러한 인식은 육면체 변형 캔버스와 벽면으로부터 기울어진 채 설치되는 앵글드 페인팅(Angled Painting) 형태 등을 통해 드러나며, 관객에게 세계를 인식하는 단편적 시점에서 벗어난 열린 관점을 제안한다.  

작가: 노혜리, 이동혁, 이진주 

출처: 디스위켄드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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