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자라난 자리로부터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땅에 심어진 은행나무는 웃자란다. 햇빛을 보기 위해 위로만 향하기도 모자라 옆으로 잔가지들을 펼친다. 덕분에 양옆 창문으로는 나뭇잎이 쏟아질 듯하다.
하찮은 틈에 자리한 나무들에 관심을 가진 사진가는 유리와이다. 그는 학창시절 다세대 주택의 계단을 오르며 친구와 이야기했던 ‘너무 가까운 집과 집, 그리고 그 사이 나무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데칼코마니 같은 집 사이 병약한 나무들은 경치라기에 초라했지만, 그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정직하고 성실한 ‘조경’이었다.
겨우 한두 뼘 남짓한 곳에 몸을 맞추며 자라나는 나무들을 찍다보니 그 양쪽으로 머리를 맞대고 사는 사람들도 그려졌다. 애써 자라나는 나무가 익숙하고 당연한 것처럼 간신히 살아가는 삶도 마찬가지였다. 유리와 작가는 그 나무와 삶을 풍경의 중심으로 옮겨왔다. 나무를 기준으로 좁은 땅을, 양옆 건물을, 사회를 바라본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는 늘 나무가 한가운데 우뚝 서있다.
사진가 유리와가 눈에 띄지 않는 자리로부터 이 시대를 고민했듯이 전시장 ‘지금여기’는 창신동 봉제공장들 사이에서 시대를 읽는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가 김익현과 홍진훤이 운영하는 지금여기는 각자의 시선으로 현재를 고민하고 작업해나가는 젊은 작가들을 찾아 전시를 꾸린다.
갤러리 류가헌은 “실체도 없는 ‘사진판’을 걱정한답시고” 시작한 지금여기와 젊은 작가들을 교류전으로 응원한다. 사진 매체의 살 길을 함께 모색하고 사진을 통해 우리의 지금여기를 자세히 보려는 뜻에 동참하고자 함이다.
지금여기와 첫 번째 교류의 시작인 유리와 작가의 <조경사진>展은 8월 18일부터 30일까지 류가헌 전시 2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비탈길을 올라 지금여기를 찾아간 사람들이라면 평평한 골목에 자리한 류가헌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가 더욱 반가울 것이다.




출처 - 류가헌갤러리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