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혜, 조현선 2인전: 쉐도우 에스키스(3) -그림자 추상-

페이지룸8

2021년 6월 3일 ~ 2021년 6월 27일

《그림자 추상(Shadow Abstract)》은 세 번째 ‘쉐도우 에스키스(Shadow Esquisse)’ 프로젝트 *  로, 도자·입체를 다루는 윤선혜 작가와 회화 작업을 하는 조현선 작가와의 2인전을 선보인다. 두 작가의 평면과 입체 장르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추상’에 대한 작가만의 방법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윤선혜 작가는 공간을 현시점에서 재해석하고 도자로 만든 입체물을 설치한다. 작가는 시각을 통해 공간의 형태를 파악하고 실제 공간에 머무르며 습득되는 공간의 깊이를 굵직한 직선과 곡선이 특징인 도자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산책 프로타주(Walk Frottage)〉 시리즈는 ‘그림자(Shadow)’ 시리즈에 이은 입체 작품인 동시에 선적인 요소를 가미한 공간 드로잉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일상의 오브제와 건축 구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선적인 요소를 사진을 통해 아카이빙하며 작업의 참조점을 만들고 있다.

윤선혜 작가는 제작과정에서 변수가 많은 도자라는 물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긴 선과 단단하고 양감이 있는 형태를 유닛(unit)으로 만들며 입체적인 공간을 하나의 장면과 사건으로 파악하여 자유로운 형상을 구현해내기 때문이다. 작가의 추상적인 도자는 공간을 인식하면서 시작되고 촉각적이고 현존하는 매스(mass)에 대해 사유한 결과물이다.

조현선 작가는 2015년부터 자신의 작품을 소재로 끌어들이며 색과 면 그리고 형상에 있어 적극적인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작가는 비정형화된 형태와 수많은 레이어를 중첩시켜 자신만의 ‘추상’ 회화를 구축하고 있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추상이 도입되는 체계를 만들며 자체적으로 구조화되는 추상 회화라는 특징을 보인다. 이번에 선보이는 〈반달 색인 Ⅲ - 위장된 오렌지(Thumb Index_Camouflaged Orange〉 시리즈 작품의 시작은 2015년 제작한 〈위장된 오렌지(Camouflaged Orange) ** 〉 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에서 ‘반달 색인’은 사전과 같은 두꺼운 서적에서 카테고리를 찾기 쉽도록 옆면에 있는 반달로 도려낸 표식을 지칭한다. ‘반달 색인 Ⅰ, Ⅱ’는 〈위장된 오렌지〉(2015) 작품을 분석하고 형상의 일부들을 다시 종이에 오일 파스텔로 확대해 그리면서 하나의 작품에서 이미지 구성 요소들을 수집하고 색인화한 것이며, 다시 페인팅 작업의 소재로 활용한다. 이 페인팅 작업을 종이에 부분 발췌하여 ‘하드 에지(Hard Edge)’ 스타일로 표현한 것이 이번에 선보이는 ‘반달 색인 Ⅲ_위장된 오렌지’ 시리즈이다. 하나의 작품이 다른 작품을 위한 수많은 경우의 수를 창출하는 레퍼런스이자 모듈로서 기능하고 또 독립적인 회화로서도 존재하게 된다. 이 과정은 체계와 구조를 만들기 힘든 ‘추상’과 ‘회화’의 관계에 대해서도 학학술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쉐도우 에스키스(3) 《그림자 추상(Shadow Abstract)》에서 윤선혜 작가는 공간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실제 그림자를 추상적인 입체 형태로 도입한 것을 볼 수 있으며, 조현선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모체로 두고 끊임없이 ‘추상’을 진화시키는 모습은 하나의 대상이 수많은 빛에 반응하며 빚어내는 그림자를 연상시킨다. 나아가 한옥의 방 구조를 지닌 페이지룸8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윤선혜 작가와 조현선 작가의 회화와 입체 작품은 ‘추상’이라는 접점을 가지고 이미지를 통해 작가만의 방법론을 추론해 볼 수 있다. (박정원_페이지룸8 디렉터)

* 《쉐도우 에스키스(Shadow Esquisse)》는 시리즈 전시로 엮이는 장기 프로젝트로서,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시그니처 제스처를 ‘드로잉 요소’에서 찾고자 기획하였다. ‘쉐도우 에스키스’라는 전시 제목은 ‘그림자’를 모티프로 삼았다. 자신의 것이면서 그 형태를 좀처럼 규정하기 어려운 그림자라는 존재를 에스키스하는 작업이란, 마치 작가가 내면에서 오랜 기간 침잠시키면서 직관적으로 작가만의 형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떠올린다.

** 조현선 작가의 ‘위장된 오렌지(Camouflaged Orange)’ 제목은 작가가 그림을 그릴 당시부터 좋아했던 Stanley Whitney 의 “Dance the Orange” 전시에서 차용한 것이다. Stanley Whitney는 전시 제목을 릴케의 ‘Dance the Orange’라는 시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위장된 오렌지’는 조현선 작가가 그리는 그림의 추상성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면서 했던 작업이며 이 과정에서 ‘반달 색인’ 작업들이 파생되었다. (작가노트 중)

참여 작가: 윤선혜, 조현선 
전시 기획: 페이지룸8 박정원

출처: 페이지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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