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국에 거인 하나가 지나갔다. 소인들 소란에 거인은 거동하지 않지. 거인만 볼 수 있습니다. 저 너머 수평선을. 가늠할 필요가 없어서 아늑한.
거인을 목격한 소인들 중, 소인 둘은 침묵했습니다. 방금 삼킨 씨앗이 소화되지 않아서. 소인1은 높이 멀리 보고 싶었고 소인2는 깊이 내리 보고 싶었다. 멀면 번지고 가까우면 흐릿한, 동공은. 들숨에 작아지고 날숨에 커진다고. 단숨에 몰아쉬고는 그 들은, 그 둘은 거인이 되기로 했다.
소인1은 거인을 흉내 낸다. 무작정 산에 올라가 거인을 생각하면 됩니다. 거인처럼 걷고 거인처럼 숨을 쉬지. 한 숨을 삼키면. 안으로 모든 흔적이 모였다. 흩어지면 재가 되고, 서로를 기대면 한 줌이 된다. 줌과 홉이 기대면, 되가 된다. 이내 되는 말이 되고, 말들이 모여서 섬이 된다. 섬들이 모이면. 소인1은 그 땅을 밟고 거인이 된다.
소인2는 소인1을 본다. 아니 거인을 본다. 거인은 소인2를 본다. 아니 소인1은 소인2를 본다. 소인은 거인이다. 이 명제는 거짓이다. 소인1과 소인2는 같은 소인이다. 이 명제는 참이다. 소인1은 거인이다. 그러므로 소인2도 거인이라. 이 명제는 참이다. 그러므로 소인국이라는 것은 거짓이다.
소인국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소인 둘은 소인이면서 동시에 거인인 상태로 존재한다.
그대는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그럼, 소인은 그만 물러나겠나이다. 총총.
글 신명철
작가: 윤지음, 정다정
서문: 신명철
촬영: 신예영
주최/주관: 코소
후원: 코소

2025년 12월 9일 ~ 2025년 12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