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캇 서울은 2018년 7월 10일 (화)부터 8월 12일 (일)까지 19-20세기 아프리카 소수 부족에 의해 제작된 아프리카 조각 전시 <응키시 응콘디 블로로 폼빌레레: 신들의 도래>를 개최한다. 바라캇 아프리카 조각 컬렉션은 다양한 소수 부족들이 제작한 19-20세기 의례용 작품으로 이들은 개별적 고유성을 잘 드러낸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특히 아프리카인은 인물 조각에 영혼과 소통하는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이들은 그 힘을 강조하기 위해 머리, 입, 배, 생식기 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각 부족이 공유하는 다양한 조형 언어로 강조하곤 하였다.
전시의 타이틀 “응키시 응콘디 블로로 폼빌레레”는 아프리카 소수 부족의 언어를 조합한 합성어로, 이들은 모두 주술 혹은 영적 세계와 관련된 의미를 내포한다. ‘응키시’는 콩고어로 일종의 마법이나 주술을 뜻한다. ‘응키시 응콘디’는 콩고강 유역 부족이 제작하던 주술 인형을 지칭하는 양식으로 부족을 나쁜 기운으로부터 보호하는 액막이 기능을 하였다. ‘블로로’는 아이보리코스트의 바울레족 언어로서 조상이 거주하는 공간이자 동시에 영적인 세계를 나타낸다. ‘폼빌레레’는 세누포족의 언어로 ‘삶을 부여하는 자’를 뜻하며 전통적으로는 최초의 인간이자 모든 인류의 조상인 한 쌍의 남녀를 가리킨다.
현재 약 3,000여 개에 이르는 아프리카 부족은 지리적 환경, 민족, 이주, 전쟁에 따라 독특한 토착 문화를 형성해왔다. 바라캇 서울의 아프리카 조각 컬렉션은 부족민의 미래 염원이 깃든 정령들로, 이를 통해 일상생활과 믿음, 상상, 욕망 사이에 혼재되어 있던 아프리카의 독특한 문화에 대해 유추해볼 수 있다. 성과 속의 경계가 허물어진 이들의 세계관과 그 틈새에서 빚어진 삶의 경험이 작품의 토대가 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프리카 조각 컬렉션과 더불어, 이들이 도시 문명을 배경으로 한 미래의 가상 세계에 ‘신’으로 등장한다는 내러티브를 풀어낸 영상 <신들의 도래>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영상 <신들의 도래>에서 19-20세기 아프리카의 조각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 사이를 오가는 상상의 영역 즈음에 위치한다. 이는 과거 아프리카 부족의 미래 염원이 깃든 정령이 가상의 공간으로 소환되는 일종의 “타임슬립(Time Slip)“이다. 가상현실 구현이 활발해진 현대 사회는 가볍고 액체적인 소프트웨어에 기초한다. 이러한 현상은 현실과 비현실을 명확히 구분하던 시대를 지나 모든 영역이 유동적으로 ‘액체화’되어버린 현재에 다시금 주목해볼 만하다. 현대의 디지털 정보 교환 속도는 초당 약 30만 km의 광속 여행 즉, 1초당 지구 일곱 바퀴 반을 도는 것을 가능케 한다. 이 세계에서 개인은 ‘이곳’에서 ‘저 멀리’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오늘날 테크놀로지는 개인의 일상적 삶의 차원으로까지 시공간의 경험을 넓혀주고 있다. 영상은 아프리카 부족의 모든 신념이 담긴 조각이 속도에서 온전히 해방되어 가벼워진다면, 어떠한 구속도 당하지 않고 예측 불허한 상황을 지배하는 자유로운 신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시작된다.
시공간을 초월해 이제 막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시작한 신들은 인종을 뛰어넘어 모든 선인과 악인, 기쁨과 슬픔, 절망이 공존하는 곳, 패망과 번영의 역사가 반복적으로 서려 있는 인류의 고향 지구 행성을 거쳐 ‘서울’로 재빨리 광속 운동한다. 영상은 서울을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이곳에 등장하는 사막과 폐허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3D 게임 엔진이다. 영상에서 아프리카의 신들은 문명의 발달이라는 미명 하에 끝없이 세워지는 고층 빌딩 숲과 쇠퇴하는 문명의 상징 “폐허”, 황량한 불모지와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서서히 낯선 공간과 관계를 맺게 된다.
종말론적 풍경 위에 크고 작은 형상으로 등장하는 신들은 때로는 한 무리 인간 군상처럼 서 있기도 하고 느리게 걷기도 한다. 또는 화면 밖의 관찰자를 덮칠 만큼 빠른 속도로 다가오기도 한다. 신들이 황무지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게 서 있다. 폐허 위로 드리운 그림자의 길이만큼 넓게 번진 고독의 면적은 인류가 그토록 바라왔던 삶의 번영이 하룻밤 꿈처럼 허무하게 사라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전시 공간에 놓인 아프리카 조각은 필연적으로 스스로가 ‘신’으로 강림한 영상을 응시하게 된다. 여러 겹의 시선이 얽히고설킨 이 상황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예술작품으로서의 독특한 조형미와 당대 부족 문화를 대표하는 바라캇 서울의 아프리카 조각 컬렉션은 그 당시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어 온 독특한 방식을 시각적으로 제시한 중요한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 <응키시 응콘디 블로로 폼빌레레: 신들의 도래>는 바라캇 서울의 아프리카 조각 컬렉션을 동시대 주요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디지털 공간’에 위치시키면서 작품에 대한 해석과 사유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이번 전시 <응키시 응콘디 블로로 폼빌레레: 신들의 도래>는 그동안 현실 세계 안에서 인간이 한정 지어 오던 ‘경계’가 해체되는 순간과 앞으로 새롭게 그려지게 될 미래의 지형도를 상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과 삶의 상호작용 및 사유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을 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출처 : 바라캇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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