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준 : 분할/分割 Kyojun Lee : Division

피비갤러리

2020년 6월 4일 ~ 2020년 7월 18일

피비갤러리는 6월 4일부터 7월 18일까지 미니멀한 기하추상회화(Geometrical Abstract painting) 작가로 알려진 이교준 작가의 개인전 ‘분할(分割)‘을 개최한다. 2019년 피비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에서 1970~80년대에 개념적 설치와 사진작업을 재구성한 초기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면, 이번 전시는 이교준이 1990년대 후반부터 제작한 납, 알루미늄 작업과 2000년대 초반 공간 분할을 바탕으로 한 기하학적 평면 회화 등 ‘평면’과 ‘분할’ 이라는 화두에 집중해 제작한 작품들을 소개하며 지난 40여년 동안 이어 온 이교준 회화의 본질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교준은 1979년 대구현대미술제를 기점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Independants” 전(1981)을 비롯해 관훈갤러리의 “Ecole de Seoul”(1981) 및 인공갤러리와 관훈갤러리에서 진행된 “TA.RA 그룹전”(1983)을 포함 5회의  소그룹 전 등 1970-80년대 한국화단의 주요 현대미술전시에 참여하며 개념적, 실험적 설치미술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평면작업을 선보이며 석판화, 목탄, 아크릴, 수채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평면을 분할하는 시도를 하였으며 1990년대 후반부터는 플렉시글라스와 알루미늄, 납판과 같은 금속 재료와 캔버스를 이용한 기하학적 분할을 통한 평면 작업으로 미니멀한 기하추상회화(Geometrical Abstract painting)를 제작하였고 2000년대 이후에는 최소한의 형태와 구성, 색채만으로 본질을 표현하며 한국추상회화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작품들은 이교준이 캔버스, 면사(cotton duck), 알루미늄, 납판 등 다양한 재료로 화면을 분할하고 구획하며 최소한의 형태와 색채만으로 이루어진 작업들이다. 특히 납판과 알루미늄 작업들은 재료에 대한 작가의 호기심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1998년에 우연히 납판 조각을 발견해 가위로 오려 면을 만들고 이를 공업용 본드로 합판 위에 붙이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흐느적거릴 정도의 얇은 납판은 가변성이 많은 재료이고, 제작방식이나 온도, 습도에 따라 각기 다른 명도를 갖고 있으며 특유의 불투명함으로 인해 평면이지만 그 안에 깊은 공간감을 만들고 오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알루미늄 작업도 초기에는 알루미늄 판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 하나의 판 위에다 붙이는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이 작업은 표면을 샌딩하고 밀링 머신으로 그리드를 그리는 등 수공이 아니라 기계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제작하였다. 자르고, 붙이고, 선을 긋는 단순한 행위만으로 이루어진 납과 알루미늄 연작은 차가운 금속의 판 위에 오로지 납작한 평면과 수직과 수평의 연속된 직선만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러한 이유로 이교준이 그의 회화에서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더 명확하게 드러나게 된다. 

납과 알루미늄 연작뿐 만 아니라 이후에 이어지는 캔버스 작품들을 통해 이교준의 작품이 회화라는 매체에 대한 작가의 실험이며 그 중심에는 ‘평면’과 ‘분할’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그의 초기 사진작업에서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데, 그가 1970년대 중반부터 철제 프레임과 기둥을 활용해 제작한 설치〮사진 작업에서 프레임 바깥에 여백을 남겨 인화하는 방식이나 사진 모서리에 기대는 듯한 퍼포먼스로 재료로서의 틀 자체를 부각시키려 했던 작업은 사진 매체의 ‘평면성’과 ‘틀’을 새롭게 해석한 시도였다. 이후 평면 작업에 집중하던 작업 초기, 그는 캔버스의 옆면과 앞면이 만나는 지점의 선, 캔버스 가장자리를 남겨놓고 안쪽에 먼저 들어가서 면을 분할하며 만들어지는 새로운 선을 보며 캔버스에 ‘분할’ 이라는 요소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색보다 점, 선, 면이 지닌 기하학적인 구조, 평면을 분할하는 선과 캔버스의 선이 만들어내는 면 그리고 그들이 서로와 관계 맺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조합하며 평면에서 화면분할을 지속하였고, 1년에 100점 이상의 수 많은 그리드를 그리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해왔다. 구체적으로 그의 작업은 1990년대 초 석판화, 목탄, 아크릴, 수채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이를 회화적으로 ‘분할’했으며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과 같이 1990년대 말부터 플렉시글라스, 알루미늄, 납판, 캔버스를 활용해 새로운 방식의 평면적 분할을 시도했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다양한 색과 격자의 레이어가 중첩되는 ‘윈도우(window)’ 시리즈를 통해 다변화된 분할을 선보였으며, ‘보이드(void)’ 시리즈에서는 분할의 입체화를 시도하는 등 평면과 분할에 대한 질문을 해나갔다.

평면과 분할은 회화라는 장르에 있어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그것은 회화 자체의 구조이자 그 자신을 규정하는 틀이다. 이교준에게 캔버스는 단순한 평면이 아니기에 그는 캔버스 틀을 하나의 선으로 인식하고 면과 선 그 자체가 회화의 독립된 요소로 작용해 평면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새롭게 인식시키고자 한다. 캔버스의 틀과 프레임에 대한 이교준의 사유는 40여년의 시간을 건너면서 회화의 형식에서 ‘분할’이라는 주제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미술의 본질을 끊임없이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탐구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그림의 본성으로 돌아가고자 한 것이고 작가의 주관적 개입을 최대한 배제하고 구성의 위계를 없애려고 더 절제된 이미지를 구사하는 방법으로 드러난다. 

이교준은 다양한 재료의 물성을 이용해 화면 분할을 시도한 초기 기하추상회화 작업에서 엄격한 기하추상회화까지 사뭇 다른 형식적 시도를 거치며 수평, 수직의 교차, 평면적 구조에 대한 실험 즉, 메타 회화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는 평면과 공간, 화면과 회화에 대한 일관성 있는 태도를 견지하며 회화라는 형식을 빌어 회화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하게 시도하는 이교준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작품을 통해, 그의 예술에 대한 실험적인 정신과 작업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교준의 회화를 재조명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출처: 피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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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이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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