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리: 단편화 쌓기

COSO

2025년 8월 2일 ~ 2025년 8월 22일

나의 작업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출발한다.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억양과 속도, 강세로 이루어진 고유한 리듬을 만들어 낸다. 나는 이러한 리듬과 감정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포착한다. 반복되는 언어 속에서 감지되는 미묘하고 다양한 감정의 진동, 말과 말 사이의 여백에서 생성되는 정서적 흔적들은 나에게 있어 중요한 재료이다.

나는 대화에서 가져온 운율을 원 또는 점을 사용해 다시 새로운 문장의 형태로 평면 위에 나열한다. 원은 언어의 순환성과 감정의 파동을 담아내기에 적합한 형상이며, 그것의 크기와 배열의 변화는 마치 말의 높낮이나 속도처럼 감정의 흐름을 드러낸다. 점들과 원들은 때로는 규칙적으로, 때로는 자유롭게 화면 위에 놓이며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구성은 마치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상호작용하고 조율되며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 낸다.

최근 나는 감정이 머물렀던 공간의 잔상, 감정의 흔적에 주목하고 있다. 말은 사라지지만 그 여운은 남는다. 나는 이 여운을 색채와 형상, 리듬으로 환기시키며, 대화가 이루어진 순간의 정서를 화면 위에 응축시킨다. 다양한 도형들과 면의 중첩은 감정의 밀도와 구조를 형성하며, 각각의 형태는 독립적인 경계를 지니되, 겹쳐질수록 감정의 충돌과 스며듦, 간섭과 균형 같은 복합적인 상태를 드러낸다.

이러한 시도들은 결국 하나의 감각적인 풍경을 구축한다. 화면 위에 병치되고 뒤얽힌 형태들은 각기 다른정서를 품은 채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며, 언어 너머의 감정과 리듬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일종의 ‘대화’로서 기능한다. 나의 작업은 그렇게, 사라진 말들의 잔향을 다시 한 번 되살리는 과정이다.

글 이리리

작가: 이리리
촬영: 신예영
포스터디자인: 이리리
설치: 이리리
주최/주관: 코소
후원: 코소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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