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혜 개인전 : 국민취향 Meehye Lee : Our Own Tastes

스페이스윌링앤딜링

2017년 12월 23일 ~ 2018년 1월 18일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는 2017년 12월 23일부터 2018년 1월 18일까지 이미혜 작가의 개인전 <국민취향(Our Own Tastes)>을 개최한다. 작가 이미혜는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2013년 <경리단길>이라는 전시를 선보였다. 이 전시에서는 ‘경리단길’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먼저 검색을 하고, 경리단길의 맛집이나 유명한 장소에 방문한 뒤, 자신의 개인 SNS에 방문 후기를 올리는 사회적 현상을 들여다보았다. 매우 개별적이고 독특한 경험처럼 느껴지지만 많은 방문 후기는 비슷한 문구로 비슷한 내용을 기술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2006년에는 갤러리팩토리에서 <슈퍼 이베이어(super-ebayer)>전을 열었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ebay)’에서 실제로 물건을 구입하고, 낙찰에 실패한 물건을 드로잉으로 남겼다. 이처럼 이미혜는 인터넷을 활용한 검색의 과정, 취향의 공유,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매일 하는 ‘쇼핑’을 통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동시대인들의 삶의 모습에 관해 비평적으로 접근하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 <국민취향>에서도 이러한 이미혜 작가의 관심사가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싸이월드, 페이스북을 지나 이제는 인스타그램이라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어플리케이션이 인기다. 사진을 기반으로 하여, # 모양의 해시태그를 달아 검색어만 입력하면 쉽게 해당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게시자를 검색할 수 있다.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당 검색어를 입력한 다른 유저들을 찾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 공통된 취향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 역시 강렬하다. 대중매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좋아하는 대중 스타라는 뜻으로, 아이유 같은 대중 스타에게 “국민 여동생”, 수지에게 “국민 첫사랑”과 같은 수식어를 붙여 묘사하곤 한다. 이미혜는 “국민”이 모두 사랑하는 어떤 대상 혹은 그만큼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회적 현상 자체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민취향”으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구매하고, 또 개인의 SNS에 공개적으로 게시하고 자랑하는 물건들을 통해 획일화되어 가는 현대인의 소비 패턴에 관해 다룬다. 발뮤다의 토스터, 마샬의 스피커, LED 시계, 플라밍고 튜브, 그리고 킨포크 잡지까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기반으로 ‘핫한 아이템’으로 유명한 물건을 검색하고, 각각의 유저가 공유한 이미지를 수집한다. 이와 더불어 전시장에는 일종의 가상 세트장을 구현하는데, 그 안에는 얇게 출력된 이미지들이 선보인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완전히 독창적이고 나만의 고유한 어떤 것 역시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어디선가 보았던, 접했던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인구가 많기 때문일까, 무리에서 튀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유행에 민감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은 SNS에 자신의 일상을 불특정 다수에게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것을 익숙하게 여긴다.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으로 선택한 오브제를 온라인상에 전시하고 있지만, 그 행위는 역으로 ‘대세’를 만드는 데 일조하며 소비욕을 부추긴다. 제니 홀저의 초기작 “내가 욕망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지키자(Protect me from What I want)”는 말처럼, 욕망과 소비로 가득한 현 사회에서 우리가 지켜야하는 것은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


작가노트

요즘 방송에서는 ‘먹방’과 ‘쿡방’에 이어 ‘집방’ 열풍이 불고 있고, 인터넷상에서는 직접 꾸민 집의 사진을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온라인 집들이’가 화제다. 

‘천편일률적인 실내디자인에서 벗어나 남들과 다른 집을 꾸미려는 사람이 늘면서 홈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00년 9조 1000억원 수준이었던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이 커지면서 올해 28조 4000억원, 2020년에는 41조 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매일경제, 2016. 9. 30)

눈길을 끄는 건 전문업체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주거공간을 꾸미는 이른바 ‘DIY’ 셀프 인테리어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내 방식대로 나만의 집을 꾸미는 셀프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집들이’도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과거에는 새집으로 이사하거나 인테리어를 바꾸면 지인들을 초대해 손님상을 차려 대접했지만 요즘엔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집 구경을 시켜준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올라오는 온라인 집들이 포스팅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 같이 ‘내가 직접 고르고 구매해서 손수 리모델링한 나만의 스타일, 나만의 취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최신 트랜드를 천편일률적으로 따르고 있는, 평준화되고 획일화된 스타일과 취향을 만나게 된다. 

가히 ‘국민스타일’, ‘국민취향’이라 부를 만하다.

<국민취향>

소비 자본주의와 디지털 네트워크가 만나 탄생한 ‘좋아요-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들은 소통하고 소비하도록 독려 받는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입고 싶은 것을 입고 소비하고 싶은 것을 소비하도록 방임되고 권장된다. <국민취향> 전시에서는 자본이 생성해내는 유행의 논리를 자신의 고유한 욕구라 여기며 지속적인 변화와 소비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강제하고 노출하는 소비문화의 단면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요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셀프인테리어, 온라인집들이, 집스타그램 등에 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국민취향’이라는 집단적 행동패턴을 가시화함으로써 개인의 자발적인 욕구와 고유한 취향이라는 것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그토록 열광적으로 쫓는 유행이라는 것이 단지 일시적으로 유효한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더불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추구하며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집단주의 문화에서 ‘좋아요-자본주의’가 제안하는 소통과 소비가 어떻게 개인성을 상실하게 만드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 볼 수 있는 사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본인 스스로가 국민취향의 적극적 공모자이자 동조자라는 자각적 반성에서 비롯된 이 전시는 타인들이 온라인 상에 올린 이미지들을 차용, 재맥락화한 작품들로 구성되며 이 작가노트 역시 본인의 고유한 사고와 언어가 아닌, 수많은 글들을 차용, 재조합한 것임을 밝혀둔다.


오프닝 리셉션: 2017년 12월 23일 (토) 18시 

아티스트 토크: 2018년 1월 13일 (토) 16시


출처: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이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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