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소는 9월 17일부터 10월 25일까지 이병호 개인전 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7년 개인전 <인체측정Anthropometry>을 통해 발표하고 이후 꾸준히 발전시키며 여러 전시를 통해 선보여 온 ‘인체측정’의 2020년 신작을 소개하는 스페이스 소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이병호는 ‘비어있음(空)’, ‘비어있는 실체’를 조각한다. 그는 나타나지 않고 감각할 수 없으며 보이지 않는 실체, 비물질적 차원의 존재에 대해 사유하고 이를 고전적인 조각 형식인 인체조각으로 제시한다. 명확한 윤곽선-표면과 무게-중력을 가지며 구체적인 대상을 재현하는 일반적인 인체조각에서 이해되고 읽어 낼 수 있는 서술적 전개가 이병호의 작품들 앞에서는 불가능해진다.
그가 2006년부터 시작해 온 실리콘 조각 연작은 사실적인 묘사와 재료 때문에 마치 대리석 조각을 마주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내 껍질 안쪽의 공기가 빠져 나가면서 그 매끈하고 얄팍하지만 명확한 윤곽(표면)의 이면(裏面)에 존재하는 빈 영역,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것의 형태를 드러낸다. 고전의 흉상, 와상 및 초상 조각의 형식을 참조한 실리콘 조각 연작이 표면을 변형시키는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를 드러냈다면 이후 인체측정 연작은 조각사의 여러 작품들을 참조하되 표면과 윤곽선을 해체하고 윤곽선 아래 보이지 않지만 잠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동세와 존재들을 출현시키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이를 위해 작가는 하나의 원형을 다수 복제하고 윤곽선-표면을 해체하여 내부를 드러내 다시 표면화 시킨다. 해체와 접합을 통해 동세를 만들고 이전의 인체측정들이 또 다시 분절과 결합의 과정을 거치고 다른 시간에 존재했던 표면들과 만나 또 다른 표면을 만들며 끊임없이 변화해간다.전시를 통해 보여지는 그의 조각들은 하나의 작품으로서 ‘최종적인’ 완성형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닌 정해지지 않은, 끝을 알 수 없는 변형을 향해 가는 중에 ‘잠시 멈춘 완성’이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이후 또 어떠한 형태로 변형되어 다른 시간과 장소에 놓여질지 알 수 없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는 세 시기의 작품이 뒤섞여 있는데, 그 중에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네 개의 전시에 모두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어 ‘잠시 멈춘 완성’으로 전시된 부분(2016-2019)이 하단의 지지대가 되고, 2019년의 인체측정 중 1점이 그 본 형태를 거의 알 수 없도록 해체되고 덧붙여져 색을 입은 2020년 인체측정과 연결되어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다. 관객이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게 되는 현재의 는 이후 다른 제목들의 작품으로 나뉘고 뒤섞이게 될지, 여기에 또 다른 인체측정이 연결되어 다른 제목을 가지게 될지 알 수 없다.이병호의 ‘인체측정’ 연작의 또 다른 특징은 조각사의 여러 작품들을 참조하는 것인데, 특별히 이번 전시의 축을 이루고 있는 두 작품에 드러나는 인체측정의 원형들은 로댕의 <아담 Adam>의 포즈를 따르고, 반복 변형해 등장한다. 이 작품들의 참조가 된 ‘아담’들이 로댕의 작품들에도 반복하여 등장하고 서로 결합되어 ‘Three Shades’가 되었듯, 이번 전시에서 ‘아담의 포즈를 따르는’ 이병호식 인체측정-아담들은 와 가 되어 이번 전시를 로 완성한다.
출처: 스페이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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