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탐험 안에 불안을 뉘이는 밀레니얼에게
글 이빈소연
저는 부여의 높은 언덕에 자리한 대조사에 왔습니다. 절을 오르는 돌계단 양 옆으로 소원을 담은 돌탑들이 무수히 쌓여있네요. 돌멩이 하나를 조심스레 올려봅니다.
초파일 바로 다음날이라 하늘은 연등으로 가득합니다. 한 켠에는 차걸이 연꽃등을 팔고요. 아쉽게도 염주는 판매하지 않네요. 여행을 오면 근처 절을 들르고 돌아가는 길에 염주 하나를 구매하는 것이 코스가 되었습니다. 불자는 아니지만 부처의 영적 기운을 느끼면 활력이 생기는 듯 해서요.
저에게 이러한 삶의 동력을 불어넣는 정체는 종교적 신앙이 아닌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 영적 파워입니다.
이너뷰티, 자존감, 치유, 평안, 행복이 스테디셀러가 된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이 신에게 불안과 미래를 잠시 의탁하고 거룩한 존재의 영이 깃든 각종 힐링 액세서리(이를테면 묵주, 염주, 힐링 크리스털, 종교 미니어처 등)를 소비하는 것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나요.
제 오른쪽 새끼 손가락에는 도교 음양 무늬가 새겨진 반지가 끼워져있습니다. 이 반지는 다소 아이러니한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문양은 나쁜 일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을 찾고, 좋은 일이 있을 때 저지르는 실수를 조심하라는 제 나름의 의미로 해석되어 가끔씩 찾아드는 불안한 영혼에 안정을 주고, 때로는 제 고유의 정체성과 개성을 빛내는 장신구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온라인에 삶을 전시하는 연극적 자아가 유영하는 인터넷 무대와 멀어지고자 영적 자아를 빛내는 액세서리 수단으로, 실제 신이 깃든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열렬한 소비자로서 이러한 삶의 방식을 기록한 <파이널 터치>는 밀레니얼의 추억 앨범입니다.
여기에는 제 셀카도, 당신의 셀카도, 단체사진도 있습니다. 불상사는 아니지만 어쩌면 당신의 모습은 이 앨범에 없을 지도 모르겠네요. 한 번 찬찬히 살펴보길 바랍니다.
신들의 열렬한 구매자로부터, 손가락 하트를 보내며.
출처: 전시공간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