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개인전 : 과도기적풍경

신한갤러리 광화문

2019년 5월 3일 ~ 2019년 6월 5일

작업노트

추억과 기억은 그 맥을 함께 하는 단어들로 보이지만 그 뉘앙스는 미묘하게 다르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 익숙한 향내가 내 감각을 강하게 덮치며 무의식의 잔잔함 속에 서 있던 등대를 점등하고, 추억은 점멸한다. 단조로운 모습으로 조망될 골목의 한 구석에 켜켜이 쌓여있는 ‘누군가’의 기억들이 추억에 엉겨 붙는다. 크지 않은 너비로 나뉜 한 가구의 각진 공간들은 서로를 마주보고 서 있다. 그 곳에서는 아마도 수 번 바뀌었을 거주민이 보낸 ‘그 때’가 지녔던 시간의 분초가 똑딱이고 있는 모양이다. 곳곳의 여백은 만개하고-베어져-흩날리는 시간의 잔가지들로 가득하다.

미묘하게 수평이 맞지 않는 단을 밟아 오른다. 지극히 익숙한 사물들 사이에서 떨어져 나간 시간의 흔적을 발견한다. 시간은 이곳에 남겨져 정체된 것들을 타고 흐른다. 달마다 뜯겨져 나가던 시간의 단위들이 멈춰선 임의의 순간들은, 굉음과 함께 기울어져가며 공존한다. 그러나 동시에 창틀의 경계를 통해 분명하게 구분되고 있다. 그들은 큰 차이 없던 보폭으로 지나온 흐름 속에 멈춰서더니 이내 함께 걷고 있다. 그 흐름에 어느 순간 올라 타 발걸음을 맞추던 나는 푸석하게 만져지는 시간을 더듬어 쓸어내고, 과거의 생동과 지금의 소멸이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돌아보는 모습을 마주한다. 두텁게 중첩된 시점들을 딛고 올라가 마주친 나지막한 경계선은, 그 너머에 있었던, 사라진, 아직도 그 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펼쳐낸다. 

흐르는 시간들을 내려 보다가 다시 딛는 지상의 지금은 이미 하늘이 짙게 붉고 해가 그 위치를 달리 했다. 바닥에 널려 있는 가지들은 이 곳의 현재가 이제는 지극히 아득한 과거일 뿐임을 머지않은 미래에 더는 내려다 볼 수 없을 것임을 읊조리듯 흩날린다. 사라질 불완전한 것에 느끼는 경이로움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안전치 않은 장소이자 어떤 아이에게는 향수 섞인 추억일 이 곳은 사라진다. 

아파트를 나왔을 때 이미 그곳은 다시는 들어가지 못할 경계가 지어져 있었다.

출처 : 신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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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이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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