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윤 : Body scape

갤러리도스 신관

2018년 10월 3일 ~ 2018년 10월 9일

작가노트
-매체(medium)로서 기능하는 몸

몸은 내게 작업의 소재일 뿐만 아니라 생각, 행동 등 어떤 살아감의 바탕이 되어왔다. 단순한 외형의 치장에서부터 다이어트, 거식증, 폭식증을 비롯한 신체적 문제들, 소속된 집단과 사회적 위치에 따라 나의 몸은 많은 것들을 반영해왔다. 사실상 예술을 비롯해 삶에 관련한 모든 문화형식이 신체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지속되어 온 사실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문화현상을 이해함에 있어 모든 문화적 행동의 결과를 인간 몸이라는 원천을 배경으로 생각하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몸과 신체라는 사전적 용어는 모두 동일한 의미인 body로 번역되지만, ‘신체’는 사람의 몸이라는 의미라면 ‘몸’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꼴, 형태, 덩어리를 만족시킨다. 캐서린 헤일스는 특정 주체가 살아가는 방식을 체현embodiment이라는 용어를 통해 설명한다. 그녀는 “몸과 대조적으로, 체현은 구체적인장소·시간·생리학·문화에 맥락적으로 얽혀 있으며, 이것들은 함께 작용한다.”라고 말한다. 즉 몸이라는 것을 역동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몸은 체현의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반인 것이다. 그렇다면 몸이 체험(體驗)을 위한 구성기반이라면 '몸을 매체(medium)라고 볼 수 있는가?' 본인의 작업에서 이는 매우 유효한 질문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2017-2018년도 가량 진행해 온 작업들로 구성된다. 몸 자체의 표현을 연구한 Torso study 시리즈, 세계와 시스템을 프레임화하여 신체개념과 연결한 Body cluster 시리즈와 Body cluster drawing으로 구성된다. 전시장을 들어섰을 때 마주하게 되는 몸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신체의 이미지는 극히 일부분이고 기형적으로 틀어지고 조각난 몸만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긴장되어 팽팽하게 당겨진 근육, 느슨하게 퍼져있는 피부, 피부 아래에서 드러나는 뼈의 일부는 끊임없이 다른 부분과 연결되고 이어진다. 몸이 아니라 어떤 물질로 둘러싸인 공간에 들어온 착각이 들기마저 한다. 다른 세계에서 온 물질처럼 꿈틀거리고 움직이는 듯 묘한 질감과 깊이감을 가지고 있는 몸은 몸 같기도, 몸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작업과정에서 신체를 표현할 때 여러 겹의 레이어를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는 기법을 사용하는데 몸의 깊이와 표면의 또 다른 형태를 감각하게 한다. 다시 말하면 몸의 표면 자체가 가지는 입체감과 역동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내게 몸은 형상으로 묶여있는 잠재적 힘의 덩어리이자 현상이 반영되는 유동적인 형태로 해석되며 작업에서 표면은 몸과 배경의 경계지점이며 세계를 마주하고 감각하는 가장 원초의 순간이다. 세계라는 대상과 내적인 감각에 반응하며 몸은 변형을 거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항상 마주하는 정적인 몸의 이미지에서 동적이고 현상적으로 살아있는, 살아가는 몸을 마주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출처: 갤러리도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이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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