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리: 작은 열매, 큰 세상

갤러리마리

April 28, 2023 ~ June 1, 2023

갤러리마리는 '꽈리 작가'로 알려진 이애리 작가의 개인전 《작은 열매, 큰 세상》을 4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개최한다. 이애리 작가는 현재 독일 '갤러리 클로제 Galerie klose' 전속으로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펼치며 국내외에서 큰 호응과 지지를 받는 작가이다. 소재 이상의 다층적 함의를 품은 'Good luck in 꽈리'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작가의 시그니처인 주묵과 함께 녹색의 전통안료를 사용한 작업들도 함께 선보이며, 이전보다 더욱 풍부한 색채와 미감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애리 작가의 작업은 스치듯 보더라도 주홍빛이 발산하는 에너지에 먼저 이끌린다. 크고 작은 꽃과 열매가 교차하며 둥근 원의 형상을 이루는 화면을 마주하면 그제야 모든 작업에 꽈리가 존재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끝을 모르듯 증식하고 변주하는 작업들을 거듭 마주하다 보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정작 꽈리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꽈리는 작업의 소재이면서 자연의 세계를 은유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둥글게 혹은 방사형으로 뻗어나가거나 수직으로 솟구치는 화면은 기운생동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며 무언가 꿈틀대는 그것은 작은 씨앗에서 발아하여 시작되는 생명의 움직임이다. 씨앗의 외피를 벗고 더 큰 바깥세상으로 나아가듯 지금의 내가 아닌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이며 갈망이다. 동시에 정해진 길을 묵묵히 순환하는 대자연의 질서를 상징하기도 한다. 

씨앗과 열매로 시작되는 생의 최초의 순간, 그러한 작은 생명들이 모여 세상 전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작가는 동양적인 은유의 미학을 통해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주홍빛의 꽈리지만, 작가가 붓끝에서 만들어 내는 일련의 작업은 탄생과 사멸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리를 품고 있다. 그렇게 화면을 채워나가는 동안 작가는 평온과 안식을 느껴왔다고 한다. 

주로 식물의 씨앗과 열매 등을 소재로 작업을 해왔던 작가에게 꽈리는 우연한 발견이었다. 작업실 한 켠에 쌓아둔 꽈리를 보며 그 천연의 빛깔에 반해 붉은 먹-주묵을 손에 쥐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흐트러짐 없는 세심한 선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붉은 꽈리는 작가의 인장과도 같다. 근래의 작품에서는 주묵과 수묵 외에 녹색의 전통안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명료한 초록의 선으로 꽈리를 표현하고 면을 채우는 이러한 변화는 작가 스스로 작업을 통해 치유받고 또 그림을 통해 많은 이들이 치유받기를 바라는 마음의 방증이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 작은 생명으로 시작되며 함께 모여 세상을 이루고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는 순환의 질서 안에 있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꽈리를 통해 세상의 진리를 아름답게 풀어낸 이애리 작가의 작품에서 우리는 작지 않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작은 열매에서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두에게 다행다복(多幸多福)을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와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참여작가: 이애리

출처: 갤러리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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