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개인전: 리자디언들 LIZARDIANS

탈영역우정국

2021년 6월 17일 ~ 2021년 6월 30일

<리자디언들 LIZARDIANS>은 3-채널 애니메이션 영상 설치로 도룡뇽의 사지 재생 유전자를 인간과 합성한 기술이 상용화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 인간의 몸은 미용 혹은 건강 증진 제품으로 제조되고 판매된다. 세 개의 화면들은 각각 자신의 팔다리를 재생하기 위해 고용된 사람, 사지 재생 공장의 불량품 폐기 관리자, 그리고 사지 재생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을 나타낸다.이를 통해 <리자디언들 LIZARDIANS>은 자본이 점차 개인의 삶의 모든 영역을 제어하는 사회에서의 노동의 가치, 저작권 그리고 창의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상영 정보: 본 영상은 스토리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작품 상영 시간에 맞춰 오기를 권장합니다. 
상영시간: 13:00 / 13:30 / 14:00 / 14:30 / 15:00 / 15:30 / 16:00 / 16:30 / 17:00 / 17:30 / 18:00 / 18:30

<분리된 사지, 분리된 세계>
이은수 / 독립 기획자

3채널 형식의 3D애니메이션 <리자디언들>은 axolotl 도룡뇽의 뛰어난 재생 능력을 인간이 과학 기술을 이용, 모방할 수 있게 된 근미래를 상정한다. 세 개의 스크린은 각각 이 기술을 보유한 기업 ‘리뉴’, 자신의 신체를 재생하여 리뉴의 상품으로 제공하는 노동자 여성, 그리고 불량품으로 폐기된 사지를 이용해 만든 예술 작품으로 유명세를 얻는 불량품 처리장의 관리자를 따라간다. 

오른쪽 스크린에 등장하는 여성은 리뉴의 노동자/상품으로, 타인과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채 자신의 신체를 재생한다. 리뉴는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그녀의 신체를 모니터링 하며, 여성은 오직 이 시스템을 통해서만 외부와 대화할 수 있다. 그녀는 허용된 잠깐의 외출 시간 동안 공장 밖에서 다른 노동자의 시체를 발견한 후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호소한다. 그러나 이는 시스템에서 수치화되지 않고, 리뉴는 ‘불량품’이 된 그녀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

가운데 스크린은 반짝거리는 리뉴의 로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여성이 건강한 팔 다리로 춤을 추는 언캐니한 홍보 영상, 그리고 고도의 기술을 이용한 관리 시스템 등을 보여준다. 남성과 여성의 모습에서 리뉴가 사람의 팔과 다리가 컨베이어 벨트 위를 돌아가는 공장을 운영하며 노동자를 격리하고 그의 신체를 착취하는 곳 임을 알게 되면, 이는 먼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모습 같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오늘날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강화된 버전일 뿐이다. 바이오테크 산업과 뷰티 산업은 사람들에게 더 높은 미적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요하고, 발전된 의료기술을 이용해서 신체를 변형하도록 부추긴다. 면직물에서 전자기기까지 대부분의 제조업은 이윤 창출을 위해 노동자의 신체를 착취하며,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대항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을 부품화하고 시스템에 종속시킨다. <리자디언들>은 인간의 신체가 곧 상품이 되는 상상을 통해 노동이라는 중간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우리 시야에서 감춰져 있던 사실들을 드러낸다.   

왼쪽 스크린에서는 리뉴와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리뉴 공장의 처리장에서 일하는 남성은 불량품으로 폐기된 신체를 쌓아올려 놓고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한다. 그는 이 사진들로 인터넷상에서 유명세를 얻게 되고, 갤러리를 통해 리뉴의 사장과 친구 사이인 예술품 수집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리뉴의 도움으로 갤러리에서 화려한 개인전을 개최한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불쾌감과 죄책감을 일으키는 상품 생산 과정의 윤리적인 문제들을 소비 환경에서 제거하고, 생산과 소비의 두 세계를 분리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삼성과 애플 같은 기업들은 갤러리처럼 조성된 환경에서 전자 기기를 물신화하고,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그 작은 기기가 당신의 삶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이야기한다. 리뉴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리자를 이용해 그들의 상품을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시켜 실제 갤러리에 전시한다. 이는 어쩌면 리뉴가 생산하는 것이 인간의 사지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리뉴의 상품은 이제 고도로 맥락화되고 개념화된 현대미술의 언어를 얻는다. “아름답지만 동시에 비극적으로 보였죠. 분리된 팔 다리는 모두 불완전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을 완전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거죠.” 제품 생산과정의 비인간적인 행위들을 효과적으로 은폐하는 이런 설명은, 현대사회에서 이미 만연해 있는 예술이 자본과 공모하는 교묘한 방식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여성은 해고된 후 갤러리를 찾아가 어쩌면 자신의 신체였을지 모를 사지들을 마주한다. 여성이 이 전시장에 들어섬으로써 리뉴가 인위적으로 분리하고 있던 여성과 남성의 삶이 겹쳐 지며, 세 개의 스크린은 하나의 영상이 된다. 이는 여성과 남성, 공장과 전시장으로 나누어져 있던 세계가 사실은 하나이며 갤러리가 우리를 속이기 위해 정교하게 고안된 무대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여성이 사지 조각들을 있는 힘껏 칼로 찔러 무너뜨리는 장면은 반달리즘이 아닌 카타르시스로 다가오는데, 이는 그 사지에 대한 권리가 여성에게 있음을 우리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소개
이영주는 미국과 유럽에 체류하며 비주류, 이민자, 여성, 그리고 문화적 유목민의 경험에 대하여 애니메이션, 드로잉, 퍼포먼스 등을 통해 이야기해 왔다. 최근의 영상 작품들에서 작가는 ’이방인’과 ‘타인’에 대한 개념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사회적, 정치적으로 발현되는 상황을 탐구한다. 이영주는 현재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으며 예일대학교 조소과 석사와 프랑크푸르트 슈테델미술학교 영상과 석사를 취득하였다. 2018-2020년까지 하버드대학교 미디어 프랙티스 연구원, 2015-2018년 풀브라이트 장학생, 2010-2012년 DAAD 예술 장학생이었으며, 뉴욕 드로잉센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대미술관, 카이로 비디오페스티벌, 한국계 미국인 영화제, 안쏠로지 영화 아카이브, 대안공간 루프, 쿠리치바 비엔날레 등 국내외 전시에 참여하였다.


참여작가: 이영주
디자인: 이재진
후원: 서울문화재단 / 하버드영화연구센터
협력: 탈영역우정국

출처: 탈영역우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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