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하는 것은 소멸된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허공을 가르듯 침묵을 삼킨다. 어둠의 땅에서 자라난 생명들이 거대한 숲을 생성하고 그들의 세계를 지켜내리라.
이태원에 소재되어 있는 갤러리자유는 5월 5일부터 31일까지 이지은 개인전 플라네타이[PLANETAI]를 개최한다. 거대한 서사시를 이루는 작가의 판타지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사회적 소외와 결핍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연대에서 비롯된다.
혼탁한 현재의 세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무의식의 발현과 같이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동경한다. 우리가 꿈꾸는 세계는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사회이다. 이는 규정된 사회의 틀을 깨고, 새로운 물결로 다시 태어난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 파동을 일으키듯, 인간의 존엄성 아래 우리 스스로를 지키며 서로의 사랑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희망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지은 작가의 작품에는 가녀린 소녀의 모습을 한 생명체가 등장한다. 너무 울어서 길어진 속눈썹을 가진 소녀들은 대부분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의 소녀들, 또는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유성이 떨어지는 황량한 디스토피아 세계에 혼재해 있다. 평온한 모습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앳띄고, 여려 보이는 이면에는 <결심> 작품의 소녀와 같이 강인한 의지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의 세계는 마치 혼돈과 절망으로 가득 찬 미지의 세계 같지만, 모호함 속에서 오는 긴장과 질서가 느껴진다.
홀로 있는 소녀는 차갑고 냉정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그들을 보호하는 듯한 동물의 모습을 한 생명체, 동료애를 보여주는 사슴, 순수한 영혼과 순결한 사랑을 상징하는 백합 등이 인물들과 함께하며 종을 넘어선 커다란 연대의 의미를 보여준다. 특히, 이지은의 작품은 파스텔 톤의 다채로움 색감과 서사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마치 아름다운 판타지 영화의 미장센을 보여주는데, 이와 같이 연약한 소녀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참여작가: 이지은
출처: 갤러리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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