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이나 요소들이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것이 구조이듯 임상빈의 사진도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다. 오랜 시간 혹은 여러 날에 걸쳐 촬영하거나 지정된 하나의 장소가 아닌 다각도에서 시공을 이리저리 뒤틀며 바라본 수많은 사진 중에 선택된 컷들로 엮어 작품을 만들어나간다. 이번 전시에서 임상빈은 광경을 보는 인식적인 방식을 유기적인 흐름으로 풀어내는데 집중하였다. 가령 <Vessel>의 경우처럼 하나의 풍경을 여러 방식으로 바라본 3점의 작품이 연작으로 놓였다. 각 작품은 하나의 대상을 주제로 촬영되었지만 각기 다른 형식과 구조를 담고 있다.
국립 아메리카 인디언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허드슨 야드의 베슬 등 그는 지역의 랜드 마크가 되는 건축물이나 장소를 선정하여 촬영한 데이터를 디지털 콜라주 방식으로 배치하여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왜곡된 형태로 나타낸다. 더해서 직접 그린 하늘과 구름을 함께 구성하는 등 자신이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구도와 색감, 장면의 묘사를 위해 하늘, 땅, 건물, 사람, 명암까지 임상빈의 대표성을 띠는 요소들로 제작되었다.
다양한 컷으로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작가이기에 한 장소에 집중할 때 드러나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그 장소의 다른 측면에 집중할 때 보여지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 다음 그것들을 어떻게 종합적으로 조직해서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하며 구조적인 사진을 만들어내는 즉, 사진을 찍는 것보다 사진을 만드는 메이킹 포토에 좀 더 집중하는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도구, 미디어로부터 자유로운 임상빈은 사진,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현대미술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최근 큰 틀에서 사진과 회화로 양분되는데, 이번 개인전에서도 사진과 회화를 함께 선보인다. 사진과 맞닿아있는 작업과정이나 아이디어 혹은 사진으로 나타내지 못하는 개념들을 주로 회화로 표현한다. 사진은 구상적 극대주의(figurative maximalism), 회화는 추상적 극소주의(abstract minimalism)를 나타내며, 상대적으로 사진에서는 시각적인 형태, 회화에서는 촉각적인 질감에 집중해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임상빈(1976~ )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학원에서 회화와 판화전공 석사과정을, 콜롬비아대학교에서 미술교육 박사과정을 마쳤다. 한국, 미국, 스위스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스페인, 홍콩, 대만, 아르헨티나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과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노스캐롤라이나미술관(라레이/미국), 줄콜린스스미스미술관(알라바마/미국), 아티움미술관(빅토리아-가스테이즈/스페인), 도이치뱅크쿤스트(홍콩/중국)등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진을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의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참여작가: 임상빈
출처: 소울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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