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지선)는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기획전시《잠금해제(Unlock)》展을 6월 10일(월)부터 9월 29일(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잠금해제(Unlock)》는 가둠(lock-up)의 반대말로, 지금까지 갇히고 결박당했던 사람들이 풀려남을 뜻한다. 또 오랫동안 잠기고 은폐되었던 곳이 열리고, 억울함을 풀어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는 기대를 담은 제목이다.
이번 전시는 1970~80년대 인권유린과 탄압의 공간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동시에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재탄생함을 알리는 첫 신호로 마련되었다.
전시에는 현재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잭슨홍, 백승우, 홍진훤, 일상의실천, 진달래&박우혁, 언메이크랩, 정이삭, 김영철 등 8팀이 참여하고 김상규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전시의 총감독을 맡았다.
작가들은 옛 남영동 대공분실의 본관(3층, 5층 조사실)과 부속건물을 활용해, 다양한 설치작업으로 장소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어 기념관 방문객에게 다각적인 공간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김상규 총감독은 “역사적 공간에 작가의 개입이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 과거의 흔적으로만 남지 않고, 이미 끝난 어떤 사건처럼 잊히지 않도록 해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전시를 기획했다”고 이번 전시의 취지를 설명했다.
《잠금해제(Unlock)》展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민주인권기념관 홈페이지(http://dhrm.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잠금해제
'기억'이라는 주제가 한국 사회에서 몹시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도 커다란 슬픔과 분노를 일으킨 사건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이들 사건을 비롯한 민주화 과정을 다시 돌아보면서 함께 회상하고 기념해왔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로 알려진 건물은 이러한 회상과 기념의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1970, 80년대에 인권유린과 탄압이 이뤄진 이 곳이 현재 민주인권기념관(이하 기념관)으로 조성되고 있습니다.
집단기억과 기념 문제를 연구해온 제프리 올릭(Jefftey K. Olick)은 기억이 결코 통일적이지 않고 사회관계 속에서 기억의 기능과 위상, 형식이 변한다고 말합니다. 또 기억문화를 연구하는 임지현 교수는 기억을 '산 자와 죽은 자의 대화'라고 설명합니다. 기념관은 잘 보존해야 하는 곳이지만 한편으로는 현장의 기억을 오늘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여전히 감춰진 부분을 찾아내고 드러내야 할 곳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전시는 드러내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잠금해제(Unlock)'라는 제목은 가둠(lock-up)의 반대말이자 갇히고 결박당한 분들이 풀려남을 뜻하면서 그동한 은폐되었던 곳이 열리고 억울함을 풀어서 진실이 드러나는 기대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 '잠금해제'는 스마트폰을 켜는 손쉬운 행위로 익숙해졌지만 사실을 규명할 사건들의 잠금해제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일은 과거사를 넘어서 현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작가들이 모여서 전시를 준비한 것은 그 현재성을 띄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역사적 공간에 작가의 개입이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 과거의 흔적으로만 남지 않도록, 이미 끝난 어떤 사건처럼 잊히지 않도록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남영동을 기억하고 기념하되 역사화로 머물지 않고 기념관이 관심과 참여 속에서 재탄생함을 알리는 첫 신호로 봐 주시길 바랍니다.
큐레이터: 김상규
주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출처 민주인권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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