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드디어 장혜정의 그림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장혜정의 그림들은 2017년 6월 이후에 제작된 것들이다. 그 전에도 그의 그림은 존재했을지 모르나 그 과거의 그림들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아쉽게도 없다.
작가 장혜정은 1988년에 태어나 13살이 될 무렵 가족에 의해 장애인거주시설에 보내진다. 서른이 되던 해에 탈시설을 하고 서울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까지 그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지에 관해서는 거의 모든 것이 질문조차 던져지지 않은 채 비밀에 싸여있었다. 많은 이들은 발달장애를 가진 그를 ‘아무 생각도 감정도 느낌도 없는 존재’ ‘아무 것도 모르는 존재’로 치부했다.
2017년 6월, 18년을 살았던 시설을 벗어나 ‘자기만의 방’을 찾은 장혜정은 이후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지난 2년간 그의 그림은 일련의 변화를 거친다. 탈시설 이후 일년여 동안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드로잉을 반복적으로 제작하던 그는 약 10개월간의 느슨한 미술수업을 거치며 선 뿐만아니라 면과 색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장혜정의 그림을 본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림을 본다는 것이 작가가 남긴 단서를 통해 그의 세상으로 들어가 그의 방식으로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라면, 장혜정의 그림은 이제껏 우리가 좀처럼 알려 하지 않았기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세계의 윤곽을 반사광처럼 드러낸다.
장혜정의 그림은 이제껏 그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그가 돌려주는 질문이기도 하다. 너는 무엇을 볼 수 있느냐고. 당신은 이 그림을 볼 준비가 되어있느냐고.
일시
5월 11일, 오후 6시 - 오후 9시
5월 12일 - 5월 17일, 오전 11시 - 오후 7시
출처: 레인보우큐브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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